“지금처럼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지금처럼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 영광21
  • 승인 2018.12.0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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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근 어르신 / 홍농읍 상하리

“내가 11살때 우리나라가 일본에 해방됐어. 그때는 쌀밥은 커녕 보리밥도 못 먹고 감자랑 고구마 밥을 먹고 살았지. 정말 말도 못하게 힘든 시절이었지만 꿋꿋이 버텨왔다네.”
최형근(81) 어르신의 말이다.
홍농읍에서 평생을 살아온 최 어르신은 해방과 전쟁을 겪으며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 시대를 잘못만나 학업을 이어갈 수도 없었고 4남매를 키우며 하루하루를 이겨내기 위해 아등바등 고생했다.
“중매로 21살에 18살 아내를 만나 2남2녀를 키웠어. 내가 어렸을 때 학업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해서 한이 됐어. 그래서 자식들은 남부럽지 않게 가르치려고 애썼네. 나는 시대를 잘못만나 어쩔 수 없지만 자식들까지 내 아픔이 전해지지 않는 것이 작은 바람이었어.”
자식들에게만은 자신이 겪어야만 했던 불행이 전해지지 않길 바랬다는 최 어르신.
있는 살림, 없는 살림 모두 끌어모아 자식들이 공부하는데 힘을 보탰다.
최 어르신들의 노력 덕분에 둘째아들은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까지 갈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다.
식구는 많고 버는 돈은 적어 힘겹게 살아왔지만 어르신의 부단한 노력 덕분에 살림살이가 점차 나아졌다.
자녀들이 외지로 떠나고 살림에도 여유가 생기면서 최 어르신은 이장을 역임하며 마을 발전을 위해 힘을 보태기도 했다.
“내가 사는 고장에 애착심이 있는게 당연한거지 뭐. 그저 내가 사는 마을에 지역주민들이 조금이라도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었어.”
이제는 책을 읽고 신문도 보며 때론 제법 멀리 떨어진 만수경로당에 나와 마을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여유로운 노년생활을 즐기고 있다.
“여기에 아는 친구들이 많아서 평소에도 만수경로당으로 자주 놀러나와. 같은 동년배끼리 평소 살아온 이야기도 하고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도 하고 또 자식들 이야기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 나이들면 그게 다 추억이고 기쁨이야.”
효자 효녀 자식들은 매일 어르신에게 안부전화를 꼬박꼬박 잊지 않는다.
“건강의 비결은 남의 것 탐내지 않고 맑은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온 것 뿐이야. 남의 것을 탐내지 않으니 근심걱정도 없고 농촌에서 농사 지으며 자연스럽게 건강도 챙겼지. 아내도 나도 이 나이까지 건강하니 남부러울게 뭐가 있겠어. 지금처럼 건강하게 살면서 살면 소원이 없겠어.”
김진영 기자 8jy@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