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쌀쌀한 초겨울 날씨에 옷깃을 여미며 경로당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분주하다.
백수읍 양성2리 여자경로당에서 이야기꽃이 한창인 정록임(77) 어르신을 만났다.
정록임 어르신은 “나는 여기서 나고 자랐어. 19살에 꽃마차 타고 23살 남편을 만나 결혼해서 알콩달콩 살았제. 딸 넷에 아들 둘을 키웠어. 내가 어렸을 때는 선도 볼 줄 모르고 중매로 가라고 해서 얼굴도 모르고 결혼해서 억울해”라고 말하며 웃는다.
19살에 결혼해 군남면 산골마을로 시집을 간 정 어르신은 48년전 고향 백수읍으로 다시 돌아왔다. 깊은 산골짜기에 20여년간 농사를 지으며 생활했는데 이곳으로 와서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다고.
“거기는 계단식 논을 지었는데 여기서 농사를 지으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어. 둑 고치고 물 빠진다고 손질하고 손이 안가는 곳이 없었어. 정월에 풀을 매는데 발가락, 손가락은 얼마나 추운지 몰라. 8~9명 장정들이 모여 보리농사를 하는데 수확도 많이 못해. 그래서 품앗이를 하면서 먹고 살았지. 6남매 키우느라 고생했어.”
지금처럼 거름이 좋지도 않고 많은 일손이 필요했던 그 때 그 시절 산골동네에서 6남매를 키우기 위해 고생깨나 했다는 정 어르신. 부족한 살림을 매우기 위해 농사도 짓고 일도 나가며 부단히 노력했다.
정 어르신의 노력 덕분에 자식들은 대학까지 갈 정도로 부족함 없이 자랐다.
정 어르신은 자식들이 크게 성공하기보다 바르고 건강하게만 자라달라고 타일러 왔다.
“자식들보고 남들에게 폐 끼치지 말고 바르게 살라고 늘상 이야기해 왔어. 그래서 바르고 착하게 자라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지금은 다들 외지에 나가 살지만 용돈도 주고 연락도 자주해서 부족한 것 없이 잘 살고 있어.”
정 어르신과 평생을 함께 해온 남편은 10여년전 먼저 세상을 떠났다. 정 어르신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남편은 지금도 곁에 있는 것만 같다.
그럴수록 정 어르신은 사람들과 자주 만나 이야기하며 슬픔을 이겨낸다.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경로당을 찾는 것이 정 어르신이 건강한 비결아닌 비결이다.
“건강은 다 마음에서 비롯되는 거야. 마음을 바르고 굳건하게 먹고 남의 것 탐내지 않고 사니 걱정할게 없어. 근심 걱정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건강해져. 그저 지금처럼 바라는 것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싶어.”
김진영 기자 8jy@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