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동네 속으로 파고들다
책방, 동네 속으로 파고들다
  • 영광21
  • 승인 2018.12.1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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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7 한길서림 / 영광읍

 

예전엔 골목 어귀마다 책방이 있었다. 책을 접하기가 쉽지 않던 시절 책방은 지역사회의 작은 도서관이자 지식의 보고였다.
하지만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이 책시장을 휩쓸면서 이들 책방은 급격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어느새 우리사회 속에서 책방도, 책읽는 사람도 점점 사라져가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래서 어려운 현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찾아온 동네책방의 모습이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영광읍 일방도로 골목 한켠에 위치한 <한길서림>(대표 김상균·김미자)이 다시 태어났다.
서가로 둘러싸인 작고 아늑한 공간. 서점일까, 카페일까? 책을 빼들고 군데군데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아 책을 읽거나 커피를 마실 수 있다.
1994년 <한길서림>의 첫문을 열었으니 24년만에 새단장을 한 셈이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책을 읽고 독서모임을 할 수 있는 아늑한 문화공간이 마련됐다.
저자와의 만남이나 갖가지 강좌가 열릴 때면 이 공간은 또 변신한다. 작은 공간을 이렇게 알뜰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 싶다.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에 밀려 동네서점이 사라지는 오늘날 카페와 문화공간 사이, 그곳의 언저리 즈음에서 이색적인 변신을 선택한 책방지기 김상균 대표를 만났다.

문화발전 중심지를 꿈꾸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둘러보면 지역사회에 많은 독서모임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모임을 가질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어 식당이나 까페에서 만남을 갖곤 합니다. 지난 20여년간 동네책방을 지탱해 준 지역주민들의 사랑에 보답하고 싶어 문화공간을 만들게 됐습니다.”
책방에 의자가 있다는 것은 과감한 도전이다. 책방은 도서관이 아닌 까닭이다. 책을 팔아 수익을 얻는다. 김상균 대표는 지역주민들의 양심을 믿는다고 말한다.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김 대표가 처음 <한길서림>의 문을 열면서 스스로에게 한 약속에 있다.
지역주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의 중심지가 될 수 있는 서점다운 서점을 만들겠다는 약속이다.
김 대표는 벌써 수년째 영광군상담복지센터를 통해 도서를 후원하며 지역사회의 문화발전에 기여해오고 있다.
“고객들과 만나는 방식에는 여러 모습이 있겠지만 24년전부터 오늘날까지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한길서림>에서 문구류를 판매하지 않은 것은 문화 중심지가 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때론 지역주민들을 위한 쉼터가 되기도 하고 때론 고객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며 문화발전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이번 새단장도 20여년이 넘는 한길만을 걸어온 철학의 연장선이다. 김 대표가 꿈꾸는 <한길서림>의 모습은 지역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는 것이다.
“동네책방이 동네사랑방으로 자리매김되면 좋겠습니다. 책을 파는 곳을 넘어 동네주민들이 스스럼없이 모여드는 곳, 사람과 이야기와 추억이 함께 어우러지는 곳이 됐으면 싶습니다.”
24년, 지역주민들과 함께해 온 <한길서림>은 지금도 계속 진화 중이다.
김진영 기자 8jy@yg21.co.kr

 


<한길서림> 대표 김상균·김미자

“서점다운 서점이 되겠습니다”

저희 <한길서림>은 지난 1994년 문을 열어 지역주민들의 사랑 덕분에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네책방을 지탱해 준 지역주민들의 사랑에 보답하고 싶어 이번에 새롭게 더 넓은 문화공간을 갖추게 됐습니다.
지역주민들을 위한 문화 중심지로 고객들의 사랑방 역할을 할 수 있는 <한길서림>이 되겠습니다.
책을 파는 곳을 넘어 사람과 이야기, 추억이 함께 어우러지는 곳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위치 : 영광읍 현암길 52-4
           (일방도로~기독병원 사거리)
▶ 전화 : ☎ 351-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