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출신 골퍼 세계무대 향한 거침없는 ‘스윙’
영광출신 골퍼 세계무대 향한 거침없는 ‘스윙’
  • 영광21
  • 승인 2018.12.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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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선수 박성국씨

“초등학교 4학년때 심장질환이 왔어요. 심부전증이었죠. 어렸을 때는 축구를 참 좋아했는데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어린 나이에도 믿기지 않았어요. 그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골프연습장을 봤어요. 아버지에게 말했죠. 골프를 하고 싶다고. 그렇게 골프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지난 10월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을 차지한 박성국 선수는 골프의 시작을 이렇게 기억한다.
지난 10월28일 3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프로무대 데뷔 후 11년 무명의 설움을 딛고 생애 첫 우승을 거머줬다. 그의 골프는 국제아파트 뒤편에 위치한 자그마한 골프연습장에서부터 시작됐다.
“사실 저는 중·고등학교 학창시절 추억이 그리 많지는 않아요. 본격적으로 골프에 재미를 붙이고 제법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되면서 광주와 영광을 오고가는 생활을 했어요. 그 당시 영광에는 골프를 배울 수 있는 장소도, 기반도 없었거든요. 2003년부터 골프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발탁되면서 더욱 바빠졌죠. 제 학창시설은 대부분 골프와 함께 보낸 것 같아요.”
박 선수는 2006년 프로무대에 데뷔했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해 일을 터트렸다. 새파랗게 젊은 신인선수가 4번째 출전한 경기에서 결승전 연장 4차전에 올라 우승컵 바로 턱밑까지 추격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 당시에는 부담이 없었고 무엇보다도 마음이 가벼웠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이 됐던 것 같아요. 첫 승의 기회가 눈앞까지 왔는데 정말 아쉬웠죠.”

무명의 설움딛고 우승컵 들다
이후 10여년의 무명생활, 때론 우승컵이 가까워지는 날도 있었지만 이상하게 인연이 없었다. 2016년 군대에 갔다. 10여년만에 처음으로 골프채를 손에서 놓았다. 13개월 동안 골프를 TV로만 봤다. 간절하게 매달렸던 골프채를 놓으니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조바심이 사라졌다.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겠됐다.
“계속 우승컵을 잡지 못하니 부담감도 있고 우승에 쫓겼던 것 같아요. 군대에서 차분하게 마음을 정리했어요. 그래도 간절함은 더욱 커졌죠.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박 선수는 2017년 12월에 전역한 뒤 올해부터 투어에 합류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133경기만에 우승을 거둬 무명의 설움에서 벗어났다. 우승 상금 2억원을 보탠 박 선수는 내년 시드가 불안했던 상금 순위를 56위에서 8위로 끌어 올렸다.
“4라운드를 마쳤을 때 공동 3위여서 전혀 우승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일찍 경기를 마쳐 집에 돌아가려고 하던 차에 1타차로 좁혀지는 것을 보고 기다렸다 연장전에 합류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승리가 있기까지 묵묵히 응원해준 가족들에게 가장 먼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다고.
“늘 뒷바라지해준 가족들이 먼저 생각났습니다. 우승은 제게 큰 벽이었어요. 늘 마음의 부담으로 남아있었죠. 벽을 하나 넘었으니 앞으로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선수는 이번 승리의 기운을 담아 새해에는 거침없는 우승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소망을 이야기한다.
“그동안 딱 한번만 우승하면 일이 잘 풀릴 것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 우승 물꼬를 텄습니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고기 맛을 안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제 경기에 임할 때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20년까지 시드를 확보한 박성국 선수는 “체력 강화가 최우선 과제다”며 “군 생활을 하느라 무뎌진 퍼트 감각을 가다듬어 한국오픈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진영 기자 8jy@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