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위를 피해 경로당에 삼삼오오 모여 말린 누룽지를 나눠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어르신들의 웃음소리가 새어나온다.
탁 트인 들판과 시골 냄새를 물씬 풍기는 따뜻한 마을 분위기가 인상적인 염산면 내남경로당.
경로당에서 마을주민들과 담소를 나누던 강재순(81) 어르신이 지나온 삶을 돌아본다. “다른 사람들 사는 것처럼 살았어”라고 말할 만큼 평범하게 살았지만, 후회는 없다. 정성을 다했고 마음을 다했던 세월은 아깝지 않다.
21살 젊은 나이에 무안군 해제면에서 동갑내기 남편을 만나 결혼한 강재순 어르신.
40여년전 친지를 따라 염산면 봉남리로 이사를 와 이곳에 터를 잡았다.
“우리 영감을 얼굴도 안 보고 결혼했어. 그때는 다들 중매로 결혼했지”라며 웃는 강 어르신은 16년전 사고로 먼저 떠난 남편을 추억한다.
아들 둘에 딸 하나를 낳아 기르며 쉴 틈 없었지만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건축업을 하던 남편을 내조하고 농사도 지으며 부지런히 하루하루를 보냈다. 성실하게 살아오다 보니 세월이 어떻게 지났는지 까마득하다.
“그 당시에는 다들 어렵게 살았지. 힘들고 어려운 시절이었거든. 어렵게 살았어도 자식들이 싫은 소리 한번 안하고 잘 커주니 얼마나 좋았겠어. 자식들은 공부 잘해서 대학까지 나왔어. 딸은 광주에서 영어 선생을 하고 있고 아들들은 서울에 있어. 우리 자식들은 매일 아침, 저녁으로 전화하는데 아주 귀찮을 정도야.”
강 어르신은 매일 마을 산책을 나오는 것이 하루 일과다. 하루에도 여러번 동네를 돌며 운동을 하고 경로당에 나와 어르신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한번씩 경로당에 나오면 즐겁고 좋지. 가끔이라도 얼굴 보고 사는 이야기도 듣고 그러면서 지내고 있어. 경로당에 나와 밥도 해먹고 마을 사람들이랑 옛날얘기도 하며 노는게 내 일과야. 젊을 적 이야기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말 재미있어.”
마을주민들은 “강 어르신이 경로당에 나와 직접 요리도 하고 점심까지 차리는데 얼마나 솜씨가 좋은지 몰라”라며 입을 모은다.
강 어르신의 바람은 병치레 없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오래 살아봐야 아프면 다 쓸모없어. 지금처럼 건강하게만 살았으면 좋겠어. 또 자식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게 내 바람이야.”
김진영 기자 8jy@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