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보다 단백질 세배이상 함유한 강정제
소고기보다 단백질 세배이상 함유한 강정제
  • 영광21
  • 승인 2005.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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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수산물 - 갯장어 이야기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견아려(犬牙驪)라는 이름을 가진 생선이 나온다. "이빨이 개의 이빨 모양으로 생겼다 해서 이름에 견아자(犬牙字)가 들어 있다. 입은 돼지 같고, 뼈가 견고하며, 능히 사람을 물어 삼킨다."

정약전 선생이 이처럼 혹평을 해놓은 '개 이빨 뱀장어'란 다름 아닌 갯장어다. 갯장어는 지역에 따라 개장어 놋장어 갯붕장어 이장어 해장어 등의 방언으로 불리며 우리말보다는 하모(ハモ)라는 일본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 편집자 주

갯장어는 뱀장어목 갯장어과에 속하는 경골어류로 우리나라 서남해안과 일본 중부이남 해역을 비롯해 타이완 필리핀 오스트레일리아 동인도제도 등 온대와 열대지방의 해역에 널리 분포한다.

그런데 갯장어가 속한 뱀장어목에는 아나고라는 일본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붕장어와 민물장어로 통하는 뱀장어 등이 있어 이들의 어종을 구별하는데 혼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정약전 선생의 예리한 관찰처럼 갯장어는 날카로운 이빨을 갖고 있어서 다른 종과 쉽게 구별이 된다.

갯장어는 성질이 사나운 만큼 강해서 어느 정도의 수분만 유지되면 육상에서도 상당기간 생존할 수 있다. 심지어는 요리를 위해 머리를 절단하고 껍질을 벗겨도 남은 몸뚱이로 머리 부분을 쳐들며 물려고 하는 습성을 보인다.

갯장어의 형태적 특징을 살펴보면 몸의 빛깔은 등쪽이 회백색이고 배쪽은 은백색이며, 등지느러미는 연한 검은 빛을 띤다. 몸은 가늘고 긴 편이며 약간 측편돼 있다. 주둥이는 길고 3각형 모양으로 돌출돼 있으며 입은 크고 윗턱이 아래턱보다 길다.

국민 각광, 내수충족 물량도 벅차
갯장어는 우리나라 남서해, 일본 남해, 동중국해 등에 많이 분포하고 서식장은 뱀장어목에 속하는 다른 어류와 마찬가지로 평상시에는 수심 20∼50m 되는 뻘 속이나 바위틈에 몸을 감추고 살아가는데 그 안에서 머리만 내밀고 있다가 먹이를 찾으면 잽싸게 잡아먹는다.

산란기인 5~7월에는 식욕이 저하되고 8~9월에는 왕성한 식욕을 보인다. 하루 중에는 해뜰 때와 해질 때 두차례 활발한 먹이섭취 활동을 하는 야행성이며, 먹이는 완전히 동물성으로 가리는 게 없다. 특히 기름기가 많은 전어를 좋아한다고 한다.

갯장어의 어획은 일부는 통발에 의해서 잡히나 주로 연승(주낙)에 의해 어획이 이루어진다. 제주도 남방해역에서 월동한 후 남해안으로 회유하는 습성 때문에 남해안의 특산품이 됐다.

어획시기도 5월 중순에서 9월 하순으로 제한된다. 물론 이 시기 이외에도 갯장어가 잡히지만 여름 한철을 제외하고는 생산과 소비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너무 이른 시기에는 살이 물러서 채 맛이 들지 않고 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뼈가 억세져서 식용하는데 애로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예전에는 국내 수요가 많지 않아 일본 수출어종으로 각광을 받았으나 최근에는 옛날 얘기가 됐다. 국민소득이 늘어나면서 수출할 물량은 커녕 내수를 충족시키기도 벅찬 실정이 됐다.

여름철 건강식품 영양가 골고루 갖춰
갯장어를 요리하는 방법은 상당히 많지만 가장 대중적인 방법은 갯장어회와 '유비끼'다. 회를 뜨는 방법은 붕장어와 별반 다를 바가 없는데 가장 갯장어다운 요리는 일본에서 전래된 '유비끼'다. '유비끼'란 우리나라에서 '샤브샤브'라고 알려진 일본식 생선요리법으로 뜨거운 육수에 생선을 살짝 데치거나 끼얹어서 먹는 방법이다.

맛도 맛이지만 갯장어는 여름철 건강식품으로 전혀 손색이 없는 영양가를 고루 갖추고 있다. 다른 장어류와 마찬가지로 갯장어는 소고기에 비해서 양질의 단백질을 세배 이상 함유하고 있고 특히 생식기능에 관여하는 비타민A가 듬뿍 들어있어 일찍이 일본에서는 강장, 강정제로 인기가 높다.

또한 갯장어는 간장의 기능을 돕고 피로회복 효과가 높은 타우린 등과 같은 성분이 다량 포함돼 있는 보약같은 식품이다. 이 여름에 한번쯤 갯장어를 맛보는 것도 더위를 이기는 좋은 방법이 아닐런지?
김재봉 영광해양수산사무소 기술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