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고정 레퍼토리가 되어버린 미국의 이라크 공격, 북한 핵문제, 대북 비밀송금 등등의 사건과 관련된 보도가 우리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른다.
미국은 전세계의 반전여론에도 불구하고 왜 이라크 침공을 강행하려고만 하는지? 북한은 무슨 묘안이 있길래 초강수로 일관하면서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하는지? 대북송금은 국익을 위해서 정말 비밀스런 방법이 최선이었는지?
하루의 시작이 상쾌해도 좀체 신명나지 않는 요즘의 서민들의 삶 판이 쉽게 풀리지 않는 의문들로 답답하기만 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 여름 소나기처럼 시원한 청량제와 같은 해법은 묘연하게만 보여서 답답함은 극에 달한다.
이러한 답답증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꿈보다 해몽'인 넋두리를 해본다.
우선 이라크 침공을 굳이 강행하려는 미국의 꼼수를 살펴보자.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테러방지, 대량살상무기 규제, 후세인 제거지만 직접적인 이유는 석유와 군수산업 때문이다.
미국의 격주간지 <포프스>는 2002년 10월28일자에서 '부시 행정부가 후세인을 축출하려는 이유는 이라크에 친미정부를 세워 석유가격을 떨어뜨리고 석유수출국기구를 조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라크의 원유매장량은 세계 2위이며 채굴단가는 세계에서 가장 싼 곳이기에 미국이 눈독을 들이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미국의 산업은 군산복합체 형태를 이루고 있어서 어떻게든 무기의 수요가 있어야만 유지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는 점이 이라크 침공을 안달하게 하는 이유이다.
다음으로 북한을 살펴보면 전문가들은 북한이 최근 벼랑끝 전술을 펴고 있는 배경에는 뭔가 믿을 만한 확실한 카드가 있다고 관측한다.
지난 13일 북한의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을 향해 북한은 "전 세계적으로 미국의 국익에 막대한 타격을 가할 능력”이 있으며, 북한은 "일정한 사거리에 위치한 적의 목표물을 격파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노골적인 위협을 가했다.
무엇이 북한을 이토록 전례없는 초강경 호전적 대미발언을 하도록 하였을까? 김정일은 분명한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보인다.
그것은 미국이 '이라크 방식'을 북한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반도의 여건에서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북한이 막다른 벽에 부딪힐 경우 '보복 공격'을 가할 수 있는 담보가 되는 대상들이 가까이에 너무도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미국 CIA 조지 테닛 국장의 말처럼 김정일은 미국으로부터 최대한의 경제적 원조도 받아내고 핵무기도 비축함으로써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북미관계기조 형성을 전략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라 하겠다.
마지막으로 대북비밀송금에 대해서 살펴보자. 정치권과 언론은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처럼 5억불 대북지원설로 소모적인 설전이 한창이다.
물론 비밀에 부쳤다가 전모가 드러나려고 하자 임기응변으로 대처한 자세에 대해서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북한과의 미묘한 관계를 고려해 볼 때, 차라리 진상을 확실하게 밝힐 수 있도록 절차상의 문제를 먼저 국회에서 협의하였으면 한다.
앞으로는 어떠한 경우에도 대북한 교류에 원칙과 절차를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선례와 함께 이를 어길 경우 적절한 대가를 치루어야 한다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50년이란 적지 않은 세월동안 교류가 끊겼던 민족이 이제 겨우 화합의 기틀을 마련하는 과정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된다.
한 술에 배부를 수 없음을 너무도 잘 아는 우리이기에 이 상황을 호전시키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우리 국민과 국회는 지금이야말로 바로 그동안 갈고 닦은 화합의 정신을 실컷 발휘해 볼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민족의 미래에 하등의 도움이 안되는 소모적인 싸움에 머물지 말고서 말이다.
박 찬 석<본지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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