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칼로 마음을 벼리다
푸른 칼로 마음을 벼리다
  • 영광21
  • 승인 2019.03.14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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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림서각회

푸른 칼끝이 나뭇곁을 도려내며 이슬을 새겼다. 서걱서걱 흘러내리는 칼끝에서 산과 별과 흘러가는 강물이 탄생했다.
“여기 검은 테는 바다가 되고 옹이는 산이 됩니다. 아주 근사한 작품이 완성될 겁니다.” 어울림서각회 김행보 회장이 기대감을 드러냈다.
어울림서각회는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목공예 동호회다. 지난해 1월 창단했으니 이제 꼭 1년째를 맞이한다.
10여년간 뿌리공예부터 서각까지 익히며 목공예에 통달한 박상주 선생의 재능기부로 15명의 회원들이 매주 주말마다 모여 나무에 자신만의 작품을 새겨나가고 있다.
“서각은 마음을 새기는 일입니다.” 박상주 선생은 말한다. “누구나 사람들은 자신들의 마음속에 자신만의 작품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나무 위에 자신의 생각을 하나, 둘 새기다보면 자신이 누구인지, 또 내가 나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떠올리게 됩니다. 서각은 명상을 하는 과정을 닮았습니다.”
그래서 어울림서각회는 주제가 없다. 회원들 스스로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나간다. 자신의 답은 누군가 답해줄 수 없다. 해답을 찾는 것은 오직 자신의 몫이다.
회원들은 “스스로 주제를 정해 작품에 몰두하다보면 일상의 덧없는 고민들은 모두 사라지고 오롯한 자신을 만나게 돼요. 작품이 예쁘든 못생겼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나는 여정 그 자체입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회원들은 매주 토요일마다 모인다. 오후 2시에 칼을 쥔다. 정해진 시간은 없다. 자신이 만족한 작품이 나올 때까지 밤늦은 시간까지 작품에 몰두하기도 한다.
매년 지역축제에서 이들이 만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멋드러진 글씨에서 그림, 기타 등 종류도 다양하다. 색다른 볼거리를 통해 지역을 홍보하고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낼 수는 원동력을 쌓는다.
회원들은 이제 비영리법인을 꾸려 작품을 직접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있다. 또 영광만의 서각을 만들어내겠다는 꿈도 이야기한다.
김행보 회장은 “어울림서각회를 통해 만들어진 작품으로 지역의 풍토와 정서를 담은 영광의 서각을 만들어내는 것이 저희들의 목표입니다”라고 말한다.
김진영 기자 8jy@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