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방화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며
대구지하철 방화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며
  • 영광21
  • 승인 2003.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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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미국의 주요 뉴스채널에서 대구참사를 봤다. 어제 18일 오후 6시반 ABC뉴스에서 톱뉴스로 맨 처음 보았고, 지하철의 취약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다른 채널들과 주요신문들도 이문제를 크게 다루었다. 사람이 많이 죽은 참사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국의 지하철문제도 모두가 자각하도록 하기 위함이기도 한 것이다.

지난 9·11테러 이후에도 뉴욕의 지하철은 엄격한 보안속에 있었다. 뉴욕의 지하철 내부는 한국처럼 푹신한 의자도 아니고, 몸을 빠르게 안전하게 이동시켜주는 것이 주목적이다.

100년 이상이 된 노후된 차도 있지만 대부분이 깔끔하게는 되어있다. 그리고 테러에 대비한 보안도 강화되었다.

그런데도 한국의 참사이후 미국의 뉴스를 보면 미국내의 지하철 범죄에 대비한 시설점검 등 보안에 신경을 쏟는 것을 보며 각종안전사고에 무방비와 무관심한 한국의 현실이 떠오른다.

지난해 한 후배가 한국에 갔다가 서울지하철에서 당한 위험한 상황이 떠오른다.

지하철 열차에서 몸만 겨우 빠져나오고 손가방은 미쳐 나오지 못한 상황에서 문이 닫히고 차가 출발하여 얼마간 딸려가다가 위험을 느끼고 가방을 놓았다.

그 때 주위사람들이 보고 있었고 본인은 너무 놀래고 황당하여 상황실에 들려보니 아무도 지하철 열차의 상황은 체크하지 않고 한담만 하고 있어 분개하였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듣고 있던 우리는 분개하여 당장 신고하지 않은 것을 나무랐다.

상황실에서 열차의 도착과 발차를 모니터로 감시하였다면 출발을 중지하고 다시 문을 연다든지 하여 위험을 피할 수 있었는데도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한국 공무원들 싸잡아서 다 말할 수는 없겠지만 보편적으로 안전사고에 대한 무신경·무방비에 대하여는 시민들이 자신들의 보호를 위해서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관련자 몇 사람 처벌하면 당분간은 신경을 조금 쓰겠지만 한국의 만성적인 안전불감증이 쉽게 고쳐질지는 의문이다.

사회적 불평등과 약자에 대한 배려부족인 한국, 더욱이 남북 분단의 현실속에서 지하철과 같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는 이러한 재난에 대한 자각이 절실하다.

이러한 사회적 자각을 환기시키고 사고 예방을 위해, 소비자인 우리 여성들이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자.
하 정 남<영광여성의전화 공동대표·영산원불교대 교수>

※ 이 글은 대구 지하철 방화참사 소식을 듣고 현재 미국 뉴욕 소재 유니온신학대학에서 연수중인 하정남(원불교 교무) 영광여성의전화 공동대표가 급히 보내온 글이다.
이 글은 본지 제17호에 게재될 예정이다.<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