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잘되길 바라는 게 부모마음이지”
“자식 잘되길 바라는 게 부모마음이지”
  • 영광21
  • 승인 2019.03.2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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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갑순 어르신 / 대마면 송죽리

어찌나 세월이 빠르게 흐르는지 나이는 이제 아흔을 바라보지만 젊을 적 추억은 어제일처럼 생생하다는 최갑순(86) 어르신. 수줍게 웃으며 고이 접어둔 보따리를 펼치듯 담담하게 옛 시절을 추억한다.
“내 고향은 고창군 무송리야. 18살에 공출을 피해서 대마면 송죽리로 시집을 왔어. 그 당시에는 빨리 시집안가면 일본군이 잡아간다고 소문이 났거든. 남편은 중매로 만났어. 나보다 한살 더 많아.”
18살 어린 나이에 시집을 온 최 어르신은 딸 셋에 아들 다섯을 낳았다. 결혼하고 자식들 낳은게 엊그제 일만 같은데 벌써 큰아들이 환갑을 넘었다. 일제치하며 전쟁까지 젊을 시절에 고생깨나 했다고 회상하는 최 어르신.
“일본군들이 물러나기 무섭게 전쟁이 터져서 어릴 때 산골짜기로 피난을 가기도 했어.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시절이었어. 그래도 자식들은 남부끄럽지 않게 키우려고 애썼지.”
논농사며 밭농사까지 가리지 않고 뭐든 했다는 최 어르신. 최 어르신의 노력 덕분에 아이들은 바르게 자랐다.
마을에서 공부 잘하기로 소문이 자자했던 넷째 아들은 중·고등학교도 장학금을 받고 다니더니 연세대를 나왔다. 군 전체에서 대학 가는 사람이 손꼽을 시절이다.
최 어르신과 평생을 함께 한 남편은 지난해 먼저 세상을 떠났다. 최 어르신은 “늘 가족들을 먼저 생각하던 성실한 양반이었어”라고 회상한다.
그래도 자녀들 덕분에 외롭지 않다는 최 어르신. 멀리 떨어져 사는 아들 딸들은 바쁜 일상에도 홀로 계신 어머니 걱정이 한가득이다. 하루에 1번씩은 꼬박꼬박 전화해 어머니 안부를 챙긴다.
최 어르신의 건강비결은 부지런함이다. 평생 부지런하게 살아온 탓에 지금도 텃밭을 손수 가꾼다.
“예전에는 논농사며 밭농사까지 크게 했는데 지금은 그저 소일거리삼아 텃밭이나 가꾸는 정도야. 그래도 늘 움직이려고 애써.”
마을주민들은 어르신이 부지런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로당이 가까워 매일 점심, 저녁을 경로당에서 해결한다.
명절에는 증손자, 증손녀까지 온통 집안이 북적거린다고 말하는 최 어르신. 이제 자녀들이 환갑을 넘었지만 그래도 늘 신경쓰이는 것이 어머니의 마음이다.
최 어르신은 “자식들 모두 건강하고 더 잘먹고 잘살면 바라는 게 없어. 우리 자식들 잘되면 그만이지 뭐”라고 말한다.
김진영 기자 8jy@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