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위는 한수원의 꼭두각시"
"유치위는 한수원의 꼭두각시"
  • 김광훈
  • 승인 2002.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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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대위, 한수원(주) 등 내부문건 폭로 '일파만파'
핵폐기장 유치여부를 둘러싼 와중에 지난 6·13 지방선거 직후 한국수력원자력(주)이 영광과 진도 울진 보령 등을 핵폐기장 후보부지로 이미 내정했으며 그 가운데서도 영광지역을 유망지역으로 결정하고 정해진 일정에 따라 수순을 밟아 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핵폐기장반대 영광군민대책위(공동의장 편봉식)가 "주민들의 자율유치 움직임은 허울뿐이고 유치운동의 배후에는 한수원과 산업자원부의 조정이 있었다"며 8일 오전 11시30분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제기됐다.

핵대위는 이 같은 주장과 함께 한수원과 산자부가 작성한 것이라며 '방사성폐기물관리시설 입지 추진계획'과 '지역유치 추진위원회 지원계획' 등 관련 문건을 공개했다.

핵대위는 유치위원회(위원장 김영득)가 11일 개최할 예정인 궐기대회도 7월에 작성된 '방사성폐기물~추진계획'에서 "유치분위기 확산을 위해 추진하기로 계획하고 예산을 배정한 일정이다"며 "한수원의 배후조정이며 작품임에 분명하다"고 비난했다.

이번 핵대위의 폭로는 그동안 말로만 떠돌던 관련기관들의 배후조정설이 설득력을 얻으며 반대여론은 더욱 확산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사 계속 이어집니다>

기자회견문 전문

한수원, 핵폐기장 영광군 내정하고 진행!

허울뿐인 '자율유치' 배후에 조직적인 한수원과 산자부의 조정 음모 드러나

환경운동연합과 핵폐기장반대영광군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이하 한수원)에서 작성한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입지추진계획', '지역유치추진위원회 지원계획'을 입수하여 한수원이 지난 지자체 선거가 끝난 후 영광, 진도, 울진, 보령, 양양 등을 핵폐기장 후보부지로 이미 내정했으며 그 중 영광을 유망지역으로 결정하고 정해진 일정에 따라 수순을 밟아왔음을 확인했다(아래 글의 따옴표는 이 문서를 부분 인용한 것임).

특히, 한수원은 각 지역의 유치위원회 구성에 적극 개입하여 홍보위원들을 3개월씩 계약을 갱신하면서 매월 200여만원씩 급여를 지급하고 사무실 비용과 활동비 일체를 책임지는 등 사실상 지역유치위원회는 지역주민의 외피를 뒤집어 쓴 사업자 한수원이었다. 이는 그동안 지역주민들의 주장이 사실임이 확인된 것이다.

한수원은 핵폐기장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인 핵에너지 중심의 전력정책에 대한 전국민과의 공개적인 토론을 통한 합의 및 대안마련에는 관심이 없고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배후조정의 역할에 집중했던 것이다. 공기업으로써 국민의 안전과 이익보다 핵산업계의 이익을 대변해 왔음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유치위 배후에서 조정해 온 한수원, 지역주민이 핵폐기장을 유치하는 듯 여론 호도

2001년 6월말 2차까지 연장된 핵폐기장 부지 공모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지만 핵폐기장을 유치하겠는 청원이 각 지역 유치위원회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것이 순수한 지역주민의 유치청원이었다고 믿는 사람은 지역민들 중 아무도 없었다.
영광군에서 유치서명은 1인당 3,000원에 매수되고 있다는 것은 지역신문에도 실리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광주전남 지역방송에서 유치서명을 한 이들 중에 담당 기자가 무작위로 추출해서 직접 확인한 바에 의하면 서명을 했다고 자인하는 이들은 한 명도 없었다.

작년, 유치 청원에 첨부된 유치 서명인들 중에는 아예 주민등록번호가 날조된 것들도 다수 발견되었다. 각 지역의 유치위원회는 자금을 앞세운 한수원의 '밀착지원과 독려'로 유권자 절반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하는 궁지에 몰려 이와 같은 조작과 매수를 일삼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수원의 고도의 전략에 놀아나는 대한민국

한수원의 영광 핵폐기장 만들기는 치밀한 전략 하에 수행되었다. 유치위원회 밀착지원뿐만 아니라 한수원과 한수원산하 원자력환경기술원 직원을 전진 배치하고, 영광원전의 영광지역 출신 및 영광원자력 본부 직원 노조를 적극 이용했으며, 지역내 의사결정권자의 겉핥기 해외시찰로 환심을 샀다.
지역여론 장악을 위해 '지방언론사 기자단의 요구조건 수용'하고 '지역언론과 유대를 강화하여 반대단체 활동 보도 최소화를 유도'하였다. 이런 치밀한 물밑작업과 '영광지역입지 추진일정'을 통해 영광을 핵폐기장으로 기정 사실화시켜왔다.

동명기술공단의 핵폐기장 후보부지 용역마감에 맞추어 사업자 주도방식으로 부지를 결정하는 데에 지역내 반대여론은 고립시키고 외부에서는 호도된 여론과 조작된 사실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정치일정과 관련하여 용역결과를 발표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하는 세심한 준비도 잊지 않았다. 문건에 의하면 영광군의회의 성향이 군의원 11명중 6명이 찬성론자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이에 대책위에서는 어제 군의회를 방문하여 항의를 하였다. 그러자 군의회는 반대하기로 의지를 모았으며 조만간 어떤 방식이든 정하여 대외에 반대의지를 공표하겠다고 밝혔다. 한수원이 영광으로 내정한 주요한 이유 중 하나가 영광의 정치인들의 저항이 적다는 판단이 오판이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기만적인 '자율유치'의 가면, 유치위원회 유치 집회 배후에도 한수원이!

오는 11일을 예정으로 영광에서는 유치위원회가 핵폐기장 유치 집회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 집회는 이미 한수원이 지난 7월에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자율유치 유망지역 입지추진계획'에서 '유치분위기 확산을 위해 군민결의대회'를 추진하기로 계획하고 예산을 배정한 일정이다.
이번 단 한 번의 집회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알려진 예산을 한수원이 제공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집회이다. 주머니 돈을 털어 가면서 반대운동을 해 온 핵폐기장 반대 대책위원회 주민들의 순수성과 이 얼마나 대비되는 거짓인가. 핵폐기장 분쟁은 지역주민들 간의 찬반 논쟁이 아니라 지역유치위원회를 앞세운 한수원, 사업자에 대항하여 지역을 지키려는 순수한 주민들의 투쟁이다.

이번 지역유치위원회를 앞세운 궐기대회는 분명히 한수원의 배후 조정이며 작품임에 분명하다. 이에 영광군민반대대책위원회에서는 반대집회가 경찰서에 집허불허 방침으로 불법집회임을 피할 수 없음을 감안할 때 사법처리도 불사하며 유치집회를 무산시키기 위한 반대집회를 개최할 것이다.
또한 백수읍 쌀수매대책위원회 결의에 의하면 10월 11일 당일 하루동안 백수농협 미곡처리장에서 물벼수매를 받지 않기로 결의하는 등 반대집회에 참여하기로 결의하였다. 우리는 분명히, 당일의 집회가 순수한 유치를 원하는 지역주민의 집회가 아닌 한수원의 집회로 규정할 것이며 어떠한 장애물이 있더라도 반드시 무산시킬 것임을 밝히며, 이에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은 산업자원부와 한수원에 있음을 밝힌다.

신뢰할 수 없는 핵폐기장 후보부지 도출 용역

한수원이 동명기술공단에 맡긴 핵폐기장 후보부지 도출을 위한 용역의 핵심적인 내용은 지역주민의 수용성 조사와 NGO와의 협력이다. 미국이 고준위 핵폐기장 건설을 위해 20여년간 한 곳의 지질조사를 꾸준히 벌여왔지만 여전히 반대에 부딪혀 있다. 이에 비하면 한수원의 용역 과업지시서에 따른 대상부지 조사는 기존 조사자료를 바탕으로 겉만 핥는 격이다.

핵폐기물 저장의 안전성보다는 지역주민이 핵폐기장에 대한 반발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을 측정하는 이해도와 수용성 조사를 기본으로 하는 후보부지 도출은 그 자체로 신뢰성을 가지기 힘들다. 8월 23일 마감하기로 되어 있던 용역을 2개월간 연기한 구실은 NGO와의 협력 불충분인데, 사회적 논의 없이 핵폐기장 건설을 전제로 한 용역에 환경단체들이 협조할 리 만무하므로 국정감사라는 정치일정을 고려했다고 추측하기는 아주 쉽다. 용역수행 계획서에 의하면 이미 6월말에 후보부지 도출은 끝났고 현재는 분위기 조성을 위한 수순밟기에 들어간 셈이다.

이 모든 시나리오의 최종 연출가는 산업자원부!!!

이제까지 진행된 일련의 과정에 있어 연기하는 배우는 유치위원회, 스텝은 한수원과 원자력환경기술원 그리고 그 최종 배후인 연출가에는 산업자원부가 있었다. 산업자원부에서는 2001년 4월 24일에 [방사성폐기물관리시설 부지확보 향후 추진계획 송부]건을 작성하여 한수원에 송부하였다.

이에 의해 한수원은 5월 4일자로 [방사성폐기물관리시설 부지확보 세부추진계획 수립보고]라는 세부 계획을 작성하여 수립 보고하였다. 이에 의해 원자력 환경기술원 홍보부는 [방사성폐기물관리시설 부지확보를 위한 홍보계획(안)]을 수립하여 시행하였으며, 또한 2002년도초에는 [2002년도 입지업무추진계획]을 입지부에서 작성하여 지역의 유치위원회를 조정하였다.

이렇게 유치위원회-원자력환경기술원-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산업자원부의 연계된 관계 속에 영광지역은 서로 뜯기고 할퀴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환경적, 사회적 불평등에 기반한 핵폐기장 추진

핵폐기물은 핵발전소 가동의 결과로 만들어진, 현재는 물론 미래의 어떤 과학기술로도 해결하기 불가능한 맹독성 물질이다. 핵에너지에 대한 장밋빛 환상을 죽음의 그림자로 바꾼 결정적 원인이다. 세계는 핵폐기물을 처리하지 못하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핵에너지를 포기하고 있다. 핵발전소를 가동하면서 생산된 전기는 대도시민들을 위해 거대한 송전탑을 통해 대도시와 공단지역으로 배달된다.

핵발전소의 실질적인 수혜자인 도시민이 핵폐기물에 대한 책임도 함께 가져야 합리적이다. 그러나 대만이 대만원주민에게 했던 것처럼 미국이 인디언들에게 하려고 하는 것처럼 산자부는 인구가 적고 경제적, 정치적인 힘이 약한 공동체인 지역주민들에게 핵폐기물의 고통을 안기려 하고 있다.

핵폐기장은 현재 정부 일부 부처와 핵산업계가 맹신하고 있는 핵에너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전국민적으로 논의하고 대안을 마련한 후에 추진해도 전혀 늦지 않다. 이미 지난 95년 굴업도 핵폐기장 추진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확인한 사실이다.

그동안 일방적인 핵발전소 건설 대신에 민관이 협력하여 대안을 찾았다면 민간연구소가 이미 내린 결론, 에너지효율 향상만으로도 17기의 핵발전소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결론에 함께 도달하고 지금과 같은 세금낭비, 지역공동체 분열을 일으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수원과 산자부는 하루빨리 현재와 같은 기만적이고 음모적인 핵폐기장 추진을 중단하고 공개된 장소에 나와 토론에 임해야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역주민들의 분노가 전국민의 분노로 확산되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임을 경고하는 바이다.

2002년 10월 8일

핵폐기장반대영광군민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