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100세 인생 살거야”
“건강하게 100세 인생 살거야”
  • 영광21
  • 승인 2019.04.19 10: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순례 어르신 / 법성면 법성리

알록달록한 꽃들이 피어나는 봄이 왔다. 농촌에서는 한해 농사를 시작하는 손길로 분주하고 작은 마을경로당에서는 어르신들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넘친다.
매일같이 경로당에 나와 평범하지만 그래서 더욱 소중한 하루를 보내는 고순례(91) 어르신.
시간은 달음박질치기 일쑤다. 어느새 구순이 넘어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면 어찌나 그렇게 시간이 빨리도 흘렀는지 까마득하다.
전쟁은 많은 사람의 삶을 바꿨다. 고 어르신의 남편역시 삶이 달라졌다. 홍농읍이 고향인 고 어르신은 전쟁으로 북녘에서 내려와 법성에 머물게 된 남편과 만났다.
“내가 28살일 적에 5살 연상 남편과 만나 결혼했어. 남편은 전쟁 때문에 법성에 살았지. 그때는 다들 중매로 결혼했을 시절인데도 나는 연애로 결혼했어. 남편은 참 신사였지.”
먼 이북이어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남편과 법성에서 만나 그때 그 시절에 연애 결혼을 했다는 고 어르신. 아들 둘에 딸 셋을 키웠다. 부족한 형편에도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어려움을 이겨냈다. 남편은 양복점을 차렸고 고 어르신은 사랑으로 5남매를 키웠다.
고 어르신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자녀들은 부족함 없이 자랐다. 아이들은 고등학교까지 무사히 학업을 마쳤다. 고 어르신은 여자라도 배움에 뜻이 있다면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부족한 형편에도 공부를 유난히 잘했던 막내딸을 대학까지 보냈다. 첫째 아들도 대학가는 일이 흔치 않았던 시절의 이야기다.
“우리 아이들은 다들 바르게 잘 커서 참 고마워. 다들 안부 전화도 자주하고 매번 시간이 날 때마다 찾아오는 효자·효녀들이야.”
자녀들은 부족함 없이 가르쳤지만 학업을 제대로 마치지 못했던 고 어르신은 교회를 다니면서 44살에 처음 글 읽는 법을 배웠다. 지금은 성경책까지 줄줄 읽는다. 고 어르신은 요즘에도 매일 교회에 나가 신앙생활에 전념하고 있다.
남편은 79살에 먼저 세상을 떠났다. 남편이 떠난 빈 자리는 자녀들과 이웃들이 채운다. 고 어르신은 교회도 나가고 때론 경로당도 나가며 한가로운 노후생활을 보내고 있다.
이제는 부족한 것도, 미련도 없다는 고 어르신에게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자녀들이 신앙생활을 함께 하는 것이다.
고 어르신은 “집에 혼자 안 있고 매일 경로당에 나와서 이렇게 도란도란 사는 것이 복이지. 크게 바라는 것은 없어. 단지 우리 자식들도 예수님 믿고 신앙생활을 했으면 좋겠어.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그것뿐이야”라고 말한다.
김진영 기자8jy@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