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성지를 '죽음의 땅'으로 만들지 말라"
"종교성지를 '죽음의 땅'으로 만들지 말라"
  • 영광21
  • 승인 2003.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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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원불교 교무, 반핵 철야노상 비상총회
정부의 핵폐기장 선정에 반대하는 원불교 교무 비상총회가 13일 오후 2시 서울시 종로구 사직공원에서 열렸다. 이 날 총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1200여명의 교무들이 참석해 핵폐기장 백지화 및 핵발전시설 반대를 결의했다.

원불교는 지난해 12월 영광군에서 군민 등 1만여명이 참가한 대규모 결의대회를 가진 데 이어 4∼6일 서울에서 집회를 여는 등 점차 강도 높은 투쟁을 벌이고 있다.

한기가 올라오는 데다가 간밤에 내린 눈으로 아직도 부분적으로 질척한 땅바닥에는 매트리스가 길게 깔렸고 그 위에 줄 맞춰 단정하게 앉은 원불교 교무들. 유난히 바람이 세게 불어 체감온도가 더 떨어진 이날 새벽 5시까지 철야 집회를 핵폐기장 후보지 철회에 온 마음을 다 바쳤다.

이선종 교무는 개회사에서 "영광은 법심불 대종사가 구도했던 원불교의 성지지만 그 때문에 반대하는 것만은 아니다"며 "하나뿐인 지구의 생명을 파괴하는 일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과를 보고한 김성근 교무 역시 "편리만을 추구하면서 전기에너지에 대해 무관심한 20세기 문명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정현 신부와 수경스님도 종교를 뛰어넘어 원불교 총회에 연대의 뜻을 전했다.

최열 환경운동연합 전사무총장은 "미국도 53억 달러를 들여 완공한 핵발전소를 가동하지 않고 있다. 핵이 안전하다면 가장 과학기술이 발달한 미국이 왜 발전소를 버려두겠냐"며 핵의 위험을 강조했다.

최 전사무총장은 또한 "우리는 지금 전기를 쓰고 끝나지만 폐기물은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라며 대체 에너지 중심의 정책전환을 제언했다.

이날 총회는 기도회와 자유발언대 그리고 강연으로 이어졌으며 총회가 시작된 오후 2시부터 인수위 앞에서 교무들의 기도와 108배가 진행됐다. 원불교는 향후 연속기도회와 1000만명 서명운동, 범국민운동기구 조직 연대운동 등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