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즐기며 행복하게 살고 싶어”
“봄바람 즐기며 행복하게 살고 싶어”
  • 영광21
  • 승인 2019.04.2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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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인 어르신 / 군남면 대덕리

연분홍 철쭉꽃이 마을 어귀에서 반갑게 손짓하고 있다.
김영인(88) 어르신이 마을 정자에 앉아 어르신들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한가로운 노후를 만끽하고 있다.
군남면 도장리에 살다 중매로 결혼해 대덕리로 왔다는 김 어르신. 18살에 3살 연상의 남편을 만나 아들 둘에 딸 셋을 키웠다.
꽃다운 나이에 결혼했다고 하니 손사래를 친다. “그 당시에는 늦게 결혼한 거야. 나이가 많다고 잔소리를 들었어. 남들은 16살에 결혼했던 시절이거든. 지금은 상상도 못 할 일이지. 그런데 그때는 그게 평범했어.”
김 어르신은 여느 어르신들이 그러했든 농사를 지으며 자녀들을 키웠다. 하늘이 많은 곡식을 내려주면 많이 키우고 또 적으면 적은 대로 만족하며 평범하지만 하루하루에 충실한 삶을 살아왔다.
전쟁통에 피난을 떠난 어려운 시절도 기억에 남는다. “전쟁이 터져서 담양군 삼천리까지 피난을 떠나기도 했다”는 김 어르신. 그래도 그 난리통을 모두 이겨내고 고향땅 영광으로 돌아왔다.
김 어르신은 자녀들을 꼭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농사를 짓는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딸들까지 대학교에 보냈다. 김 어르신에게 배운 부지런함 덕분에 자녀들도 성실하게 공부도 참 잘했다고.
“자식들이 공부를 참 잘해서 어려운 점은 없었어. 다들 제 살길 찾아 부지런하게 살아. 지금은 다들 외지에 나가 살고 있어.”
남편은 71살에 세상을 떠났다. 그래도 김 어르신은 마을 어르신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또 때론 심심하면 자녀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며 외로움 없이 지내고 있다.
“애들이 먼저 전화 올 때도 있고 내가 심심하면 먼저 전화하기도 하고 그래. 자식들 다 잘살고 있으니 외로울 게 뭐가 있겠어.”
요즘에는 손수레를 밀면서 마을을 싸묵싸묵 걸어 다니는 것이 김 어르신의 하루 일과다. 예전에는 절에도 다녔는데 지금은 다리가 아파 가지는 못한다.
심심풀이 삼아 텃밭을 가꾸기도 한다. 최근에는 마늘을 심었다. 지난해에도 가뭄이 찾아와서 올해는 수확이 어쩔지는 모르겠다고 한다.
김 어르신에게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자녀들 건강하고 무탈하게 잘 지내는 것이다.
“밭에 갔다가 힘들어서 잠깐 쉬었다가도 훌훌 털고 경로당에 나와 동네 양반들과 이야기도 나눈다”는 김 어르신은 “자식들 잘 살면 더 바랄게 뭐가 있겠어”라며 웃는다.
김진영 기자8jy@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