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 행복하면 바랄게 없어”
“자식들 행복하면 바랄게 없어”
  • 영광21
  • 승인 2019.05.0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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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안순 어르신 / 불갑면 쌍운리

농번기가 다가오자 시원한 봄비가 먼저 농촌을 깨운다. 봄비가 들녘을 적시는 오후. 생기 넘치는 푸르름이 가득한 불갑면 쌍운경로당에서 김안순(80) 어르신이 마을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젊을 적 고생이야 말로 할 것 없지. 전쟁도 겪어보고 고생이 참 많았어. 그래도 자식들 모두 잘 사니 후회되거나 아쉬운 것은 없어.” 김안순 어르신은 말한다.
불갑면 쌍운리에서 나고 자란 김안순 어르신은 20살 꽃나운 나이에 2살 연상 남편과 중매로 만났다. 평생 농사를 지으며 2남3녀를 키웠다.
전쟁으로 인해 배우지 못한 것이 늘 한이었다는 김 어르신. 자식들에게는 가슴 절절한 고통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부족한 형편에도 학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뒷바라지했다.
“나는 젊어서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어. 학교에 다니던 도중 전쟁이 났는데 인민군이 학교에 불을 질렀거든. 그 바람에 나를 포함해서 동네에 3명이 학교를 제대로 못다녔어. 그래서 우리 자식들은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 없는 형편에도 열심히 뒷바라지 했지.”
모두가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 평생 농사를 지으며 자식들의 꿈을 지켜준 김 어르신의 노력 덕분에 자녀들은 고등학교까지 학업을 마쳤고 공부를 잘했던 작은 아들은 전남대까지 나왔다. 지금은 안부전화도 자주하고 시간이 날때마다 찾아오는 효자·효녀로 바르게 자랐다.
김 어르신과 함께 고생깨나 많이 했다는 남편은 65세에 세상을 떠났다.
남편이 떠나고 많은 연세에 쉴 법도 하지만 천성이 농사꾼으로 살아온 탓에 6년전까지도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이제는 힘들었던 시절도 모두 이겨내고 한가로운 노후를 보내고 있는 김 어르신. 교회에 나가 신앙생활을 하거나 경로당에 나와 어르신들과 담소를 나누는 김 어르신은 성경책까지 줄줄 읽을 정도로 정정하다. 그래도 예전처럼 농사를 짓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
“예전에는 농사도 짓고 했는데 지금은 못하고 있어. 건강이 아주 좋지는 않아. 치과치료를 잘못 받아서 손하고 턱이 떨려. 그래도 지금도 동네 마실은 꾸준히 다니고 있어.”
김 어르신의 바람은 자녀들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김 어르신은 “이 나이먹어 바라는게 더 뭐가 있겠어. 그저 애기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라며 “그것 말고는 크게 바라는게 없어. 지금처럼 종교생활도 하고 경로당에서 이야기도 나누며 살고 싶어”라고 말한다.
김진영 기자8jy@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