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가위로 행복을 선물합니다”
“따뜻한 가위로 행복을 선물합니다”
  • 영광21
  • 승인 2019.05.10 11: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복순 / 통합사례관리사

홍농읍사무소의 통합사례관리사 최복순(52)씨가 한 어르신의 백발을 매만진다. 서걱서걱 춤추듯 가위가 지나가자 근사한 스타일이 뚝딱 완성된다.
베테랑 미용사들만큼이나 실력이 수준급이다. 가위와 이발기를 들고 관내 곳곳을 누빈다.
“미용봉사를 하면 정신없이 바쁘죠. 3명의 사례관리사가 하루종일 140여명 어르신들의 머리를 잘라요. 하지만 한분 한분 허투루 할 수가 없잖아요. 미용봉사는 그래서 정성을 들이면서도 빠르게 자르는 것이 중요해요.”
봉사활동으로 미용을 시작한 그녀는 지난 2008년 미용사자격증을 취득했다. 하지만 그녀의 봉사경력은 한참 거슬러 올라간다. 2003년 자원봉사를 시작했으니 올해로 16년이 넘었다.
“처음부터 미용봉사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어요. 특별한 미용사자격증도 없었죠. 청람원봉사대에서 미용을 배웠어요. 처음에는 가발을 자르면서 연습을 했죠. 봉사활동을 하면서 2008년 미용사자격증을 취득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어요.”
통합사례관리사로 활동하며 어르신들의 집을 직접 찾아가는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던 그녀는 개인적으로 올해부터 영광읍의 은빛고은요양원에서 미용봉사를 맡고 있다. 어르신들의 아름다운 머리스타일을 완성시키기 위해 자비를 들여 염색을 하기도 한다.
이제는 봉사활동을 하지 않으면 이상함을 느낄 정도로 봉사활동이 삶의 일부가 돼 버린 그녀는 미용봉사를 통해 많은 것을 얻어간다고 이야기한다.
“여성들의 마음은 똑같아요. 치매가 와도 여성 어르신들은 아름답고 고운 머리스타일을 원해요. 어르신들이 머리스타일을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면 많은 보람을 느껴요.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함을 느끼곤 하죠.”
그녀는 지난 4월 금쪽같은 휴일에도 열일 제쳐 두고 100세 잔치를 하는 군남면의 한 어르신을 위해 아침 일찍부터 미용봉사를 베풀어 영광군청 <칭찬합시다> 코너를 통해 선행이 알려지기도 했다.
한 지역주민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본인의 일이 없는 것도 아닌데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우리 주변의 소외받는 어르신들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할애해가며 묵묵히 오랜시간 활동하고 있다는 것에 제 자신을 다시금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최복순 통합사례관리사는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100세 잔치를 하는 어르신이 곱게 한복을 차려입었는데 머리스타일이 안이뻐서 잠깐 다듬은 것 뿐이에요. 작은 일인데 알려져서 조금 쑥스럽네요”라고 말한다.
몸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봉사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최 사례관리사. 그녀의 따뜻한 가위질은 오늘도 계속된다.
김진영 기자 8jy@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