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 보내는 편지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
  • 영광21
  • 승인 2019.05.10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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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은 어버이날이다. 천주교 영광순교자기념성당 한글학당(강사 박도생)에 다니는 백정순(78)어르신과 아들 손병용(58)씨, 김연심(74)어르신과 딸 박진숙(50)씨는 가슴속 진심을 담아 손편지를 주고받았다.
손으로 써내려간 글에는 전화나 문자에 비할 바 없는 진심이 담겨 있다. 이번 가정의 달에는 부모님에게 진심을 담은 손편지를 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두 어르신 가족의 편지글을 소개한다.        / 편집자 주

▶ 백정순 어르신 가족사진

사랑하는 아들에게
사랑하는 아들아 너희들이 태어났을 때는 너무도 가난했단다. 그래서 잘 먹이지도 못하고 입히지도 못하고 남들같이 가르치지 못했어.
네가 염산중을 다니며 동생을 자전거에 태워 집까지 올 때 얼마나 힘이 들고 배고팠으면 집에 먹을 것이 없는 줄 알면서도 “엄마, 먹을게 없어”라며 부엌을 뜩뜩 뒤지는 모습을 볼 때 없다고 말도 못하고 나는 쥐구멍으로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어.
그래도 착하게 잘 자라줘서 고마워. 이제는 사업도 하고 농사도 짓고 사는 모습을 보면 너무도 자랑스럽고 흐뭇하단다. 부모는 자식들이 몸 건강하고 착하게 사는 모습을 보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단다.
성질이 불 같았지만 이제는 성질도 죽이고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면 참 자랑스럽구나. 이 엄마는 너희들 힘들게 일하는 모습을 보면 도와주지 못하고 마음만 아플뿐이야. 여태껏 사랑한다는 말도 어색해서 못했다. 편지를 쓰니 이제야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있겠구나. 우리 한글학당 선생님 덕분에 편지를 쓸 수 있어서 정말 고맙단다. 아들들아. 너희들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나의 행복이란다. 아들아. 사랑한다. 잘 있거라.
백정순 엄마가

어머니,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이 나이 돼서 편지를 쓴다니 좀 어색하기도 합니다. 슬하에 5형제를 두고 모진 풍파에도 포기하지 않고 일곱째 며느리면서도 시어머니, 시아버지 모시고 살다 저 세상으로 보내고 또 나의 셋째 동생도 저 세상으로 보내고 그래도 삶의 의지가 강해 영광경찰서에서 환경개선 봉사를 20년 가까이 하셨습니다.
어려서 콩밭, 깨밭에 배추, 무를 심어 멀기도 먼 논둑길 짊어지고 다듬어 5일장에 팔았던 어머니. 이 아들은 무엇을 얻어먹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억척스럽게도 사시는 우리 어머니. 둘째만 예뻐한다고 생각해 한때는 나의 어머니가 아니라고 생각도 했었지요.
어리석게도 60이 다 되어가는 이 나이에 자식 키우고 가정을 일구면서 이제야 깨우칩니다.
무명치마 졸라메고 새벽이슬 맞으며 한평생 모진 가난 참아내신 어머니. 예전에는 어머니에게 반발심만 많았던 이 아들, 그 기간이 너무 길었지요.
하지만 본마음은 아니었습니다. 속마음은 잘해야지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실질적인 행동은 잘못을 많이 했습니다. 아버지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자식은 불효자인 것이 확실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 눈물이 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부모님 죄송합니다. 그리고 어머님 앞으로 잘하겠습니다.
우리 어머니가 배웠으면 대단하신 분이셨을 겁니다.
배우지 못한 것이 한이 돼 팔십이 다 되어가는 연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시고 한계를 느껴 중퇴하셨지만 꿈을 접지 못하시고 한글공부만은 더 배우겠다며 진행하시는 우리 어머니는 분명 대단하신 어머니이시고 훌륭하신 어머니이십니다.
어머니,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존경하고 아끼는 내 어머니. 건강하게 사시면서 이제는 자식들 사랑 받으세요. 죄송합니다.
손병용 올림

 

 

 

▶ 김연심 어르신 가족사진

사랑하는 딸에게
딸아 그동안 잘 있었느냐?
나도 학당에 다니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단다.
글도 잘 몰랐던 내가 공부를 하다보니 너를 못 가르쳤던 것이 가슴이 몹시 아팠단다.
그때는 너무나 가난해서 중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고생만 시켰으니 너도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프단다.
딸아. 먹을 것도 입을 것도 공부도 제대로 해주지 못했지만 시집가서 잘 살고 있으니 미안하고도 고맙구나.
그럼 너희 가족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거라.
김연심 엄마가

사랑하는 나의 엄마 김연심 여사님께
나른한 오후. 엄마가 전화를 해 정황설명을 하신 후 고생하는 큰딸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고 해 그러시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고생한다는 말에 왠지 서러움에 사남매 중 저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 하시는 그 마음을 알기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면서 오후 내내 눈물을 훔쳤네요.
어찌 그리도 가난했는지, 내 또래에 비해 일찍 객지생활을 하게 됐는데 힘들고 고달플 때면 부모님 원망도 많이 했습니다.
왜 하필 내가 이런 고생을 해야 하냐고 말이죠. 그런데 엄마. 내가 자식을 낳아 길러보니 어린 자식을 학교도 못 보내고 객지로 내보내야만 했던 그 심정은 어쩌겠나 싶었던지요.
엄마. 천번, 만번 불러도 질리지 않는 엄마. 엄마가 한글공부 시작할 때 저에게 맨 마지막으로 알려주시면서 ‘너를 가르치지도 못했는데 엄마가 공부하러 다녀서 미안하다. 이 나이가 됐는데도 배우지 못한 것이 한이 맺혔는데 네 마음은 오죽하겠냐’고 하셨었죠.
엄마! 난 괜찮아요. 엄마도 고생 많이 하셨잖아요. 큰딸 나중에라도 시간이 여유가 되면 꼭, 꼭 공부를 시작할 꺼니까 나에 대한 미안함, 죄책감은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제가 엄마한테 바라는 것은 지금처럼 건강하게 우리 곁에 오래오래 계셔주는 것 밖에 없어요. 한없이 퍼주기만 한 사랑 너무나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큰 딸이 마음을 전합니다.
박진숙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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