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즐겁게 살고 싶어”
“건강하고 즐겁게 살고 싶어”
  • 영광21
  • 승인 2019.05.3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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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금순 어르신 / 법성면 법성리

시원한 장대비가 이른 더위를 쓸고 지나간 아침, 법성면복지회관에서는 벌써부터 식사준비로 분주하다.
나물을 다듬으며 수다 삼매경에 빠져있던 서금순(81) 어르신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헤치듯 조금씩 살아온 나날들을 되짚는다.
서금순 어르신은 안마도에서 태어났다. 월촌마을에서 나고 자라 19살에 7살 연상의 남편과 만났다.
“우리 남편은 안마도에서 목포고까지 나왔어”라며 남편 자랑에 여념이 없는 서 어르신.
섬에서 육지로 가는 것도 유학이나 다름없었던 시절이다.
서 어르신은 “당시 안마도에서 목포고까지 갔던 사람은 둘 밖에 없었는데 그 중 하나가 우리 남편이었어”라고 말한다.
듬직하고 총명했던 남편과 함께 딸 둘에 아들 하나를 키웠던 서 어르신. 부족하지만 그래도 충실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남편이 42살이 되던 해 세상을 떠났다.
서 어르신은 “남편이 젊은 나이에 요절해서 나 혼자 자식들 키우느라 고생이 많았지”라며 “그래도 우리 자식들 부족한 것 없이 키우고 싶어서 아들은 법성고까지 보냈어”라고 회상한다.
섬에서 세아이들을 부양하기도 빠듯했던 시절 자식들을 잘 가르치고 싶었던 서 어르신은 부족한 형편에 있는 것, 없는 것 모두 보태 법성고까지 보냈다.
자녀들이 장성하자 46살에 섬을 나와 법성면 법성리에 정착했다. 어렵고 힘든 젊은 시절을 보냈지만 그래도 법성면으로 이사오길 정말 잘했다고 말하는 서 어르신.
“자식들 모두 장성하고 나는 법성에 정착해 지금껏 살아오고 있어. 이렇게 경로당에 나와 식사도 하고 또 마을주민들 하고 이야기도 나누는게 하루 일과야.”
원불교를 믿어 교당에 나갔지만 요즘에는 다리가 아파 나가지는 못한다.
젊을 적 고생을 많이해서 그런지 54살부터 다리가 불편하다.
다행히 법성에 사는 딸이 있어 어르신의 안부도 자주 묻고 찾아뵙는다.
서 어르신은 “자식들이 같이 살자고 하는데 자식들 집에서 자면 귀찮아서 혼자 살고 있어”라며 “멀리사는 자식들은 전화도 자주하고 가까이 사는 자식들은 자주 찾아오고 그렇게 지내”라고 말한다.
서 어르신에게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아픈 다리가 빨리 나아 마을산책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것.
서 어르신은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살면 그것만큼 좋은게 없어”라며 “자식들 모두 건강하고 나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며 웃는다.
      김진영 기자8jy@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