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은 기쁨의 연속이야”
“배움은 기쁨의 연속이야”
  • 영광21
  • 승인 2019.05.3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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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성1리 한글문예교실

경로당에 들어서니 글 읽는 소리가 청명하다. 책상 하나를 두고 옹기종기 앉아 연필을 쥔 손들엔 주름이 가득하다.
평균나이 80세.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고 자부하는 법성1리 한글문예교실(강사 최이실) 수업현장이다. 어르신들은 조금은 삐뚤삐뚤하더라도 정성을 담아 조심스레 글을 써내려간다.
평소 글을 읽지 못하는 것이 한이었다는 8명의 마을 어르신들. 늦어서라도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의기투합해 한글교실을 시작했다. 수업을 시작한 지 1년6개월째, 이제는 이름도 쓰고 간판도 척척 읽고 돈도 찾는다. 새로운 세상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소판순 어르신은 “나는 섬에서 태어나 제대로 못배웠어. 자식들 추천으로 시작했지. 한글교실을 시작한다고 하니 자식들이 공책을 하도 많이 사다줘서 집에 쌓아두고 있어”라며 웃는다. 자식들은 물론이고 손자, 손녀들까지 응원이 한가득이다.
평생 남편에게 의지해왔다는 이이순 어르신.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빈자리는 어찌나 크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이이순 어르신은 “남편이 워낙 다정한 양반이라 옆에서 다 챙겨주니 글을 못읽어도 불편한게 없었어”라며 “그런데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나니 작은 일도 어찌나 힘들던지 글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됐지”라고 말한다.
주순덕 어르신은 한글교실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 주 어르신의 딸 장수복 어르신은 글을 읽을 줄 알지만 어머니를 응원하기 위해 매주 같이 한글수업을 들으면서 모르는 것은 도움을 주고 있다.
또 진경심 어르신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와중에도 한글교실 수업을 듣기위해 퇴원을 결심할 정도로 열정적인 수강생이다.
문예교실의 반장 문순례 어르신은 이제는 노래교실에 나가 자막을 읽을 수 있게 됐다. 나중에는 자녀들에게 편지를 써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래서 수업시간이 조금만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문순례 어르신은 “1주일에 1번씩 수업을 듣고 있는데 다들 열정이 대단해서 어찌나 수업시간이 기다려지는지 몰라”라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수업시간이 하루만 더 많았으면 정말 좋겠어”라고 말한다.
김진영 기자 8jy@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