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노래하는 어르신의 특별한 노후!
행복을 노래하는 어르신의 특별한 노후!
  • 영광21
  • 승인 2019.06.2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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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응규 어르신 / 영광읍

‘헤일 수 없이 수 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 아가씨….’
아코디언에서 흘러나오는 절절한 음색이 심금을 울린다. 배응규(85) 어르신이 영광군노인복지회관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한다.
젊을 적에도 동백아가씨를 즐겨부르곤 했다는 배 어르신의 연주는 특별할 것 하나 없었지만 그래서 더욱 진실됐다. 평범한 노랫말 가사 위에 배 어르신의 삶이 걸쳐앉아 있었다.
흘러가는 가사처럼 흘러가는 인생은 어느덧 구순이 지척이다. 노랫말을 흥얼거리며 잘난 것도, 부족한 것도 없이 그렇게 평범한 삶을 살아왔다.
배 어르신은 군남면 출신이다. 28살에 중매로 6살 연하 아내를 만나 아들 하나에 딸 셋을 키웠다.
6·25전쟁의 광풍이 잦아들었을 무렵 배 어르신은 영광읍에 작은 시계점을 하나 차렸다. 시계소리를 듣고 일어나 시계소리를 듣고 하루를 마쳤다. 시계바늘처럼 똑 부러지고 거짓없는 진실된 삶을 살아왔다. 시계점 하나로 딸아이까지 대학을 보냈다.
배응규 어르신은 “우리 큰딸이 공부를 참 잘했어. 그 시절에 조선대를 갔는데 제 스스로 열심히 공부해서 벨기에까지 갔어”라며 “지금은 중국 북경에 있는 한 대학교에서 한국어 교수로 있어”라고 말한다.
젊은 적부터 노래부르기를 참 좋아했다는 배 어르신은 3년전 아코디언을 처음 접했다. 교편을 잡다 퇴직한 지인의 추천이었다. 80이 넘은 나이에 아코디언을 처음 접했는데 지금은 봉사활동까지 다닐 정도로 실력이 출중하다.
배 어르신은 “영광군노인복지회관에서 7명이 아코디언을 연주하는데 내가 제일 나이가 많아”라며 “나이가 들어서도 즐겁게 연주하며 사는 것에 감사해”라고 말한다.
하루에 두시간씩 좋아하는 음악을 연주하며 즐거운 노후를 보낸다. 때론 여민동락, 성심원, 난원까지 관내 복지기관에 있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재능기부 봉사를 다니기도 한다.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며 바쁘고 분주하게 사니 나이들 틈이 없다. 배 어르신의 건강비결이다.
앞으로도 노랫말의 흥얼거리며 즐거운 노후를 보내고 싶다는 배 어르신. 더 많은 어르신들이 함께 즐거운 노후를 보냈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인다.
배 어르신은 “우리 영광군노인복지회관에서는 매주 수요일마다 전문강사가 초보자들을 대상으로 수업까지 하고 있어”라며 “아코디언에 관심이 있으면 누구든지 환영하고 있으니 더 많은 이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어”라고 말한다.
김진영 기자8jy@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