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지금은 연정을 논할 때가 아니다
칼럼 - 지금은 연정을 논할 때가 아니다
  • 영광21
  • 승인 2005.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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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대통령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이번에 노무현 대통령이 연정론을 끄집어낸 경우도 마찬가지다. 연정론이 거론되자마자 정가는 개헌론으로 떠들썩하고, 심지어 내각제 개헌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대통령직선제를 얻기 위한 대가로 치른 희생을 생각하면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다.

무엇 때문에 굳이 이 시기에 연정론을 끄집어내 평지풍파를 일으키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역문제 해결을 위해 연정을 제안했다는 노 대통령의 기본인식이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아울러 당리당략을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만 더욱 강하게 든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고 대통령에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은 이제 정치적으로 아마추어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지 노무현 대통령은 이미 정치에 관한 한 프로로 인정된다. 그런 사람이 예견되는 야당의 정치적 공세를 스스로 불러들인 까닭을 알 수가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비정상적인 정치의 책임을 여소야대인 구도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인 경제는 여소야대의 탓은 아니다. 경제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것, 부동산 값이 제멋대로 날뛰고 있는 것 등은 여소야대의 정국 때문이 아니다. 가장 먼저 정책의 중심에 있는 정부가 책임을 통감해야 할 일이다.

또 국민들은 참여정부에게 여소야대 구도를 주지 않았다. 오히려 여대야소란 구도를 선물하였지만 자신들의 잘못으로 여소야대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들의 잘못을 철저히 반성하고 돌아선 민심을 돌리기 위한 획기적인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비정상적인 정치의 책임을 여소야대 구도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한마디로 책임회피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지금 노 대통령은 위기의 근본원인을 엉뚱한 곳에서 찾고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국회에서 차지한 의석수가 아니다. 만일 의석수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면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에 실패했어야 맞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지지여부이다. 힘있는 정부가 되고 못되고는 전적으로 국민들의 지지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우쳐야 한다.

물론 여권은 과반수 의석 확보를 통해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연정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일은 현행 헌법 아래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굳이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하면서까지 어벌쩡하게 연정을 국정의제로 삼지 않아도 된다. 발등에 떨어진 불인 경제문제를 온전히 해결하면 돌아선 민심은 저절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는 뜻이다.

연정문제의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다. 연정문제 특히 대연정문제는 결국 개헌문제로 연결되게 되어 있고, 그것은 이미 예견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개헌문제는 내년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에 논의하기로 암묵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에서 불거진 연정문제는 그 정치적 배경에 관한 의심만 증폭시킬 뿐이다.
느닷없는 발언으로 국민들을 혼란에 빠지게 하기 보다는 예측가능한 정치를 하여 청와대의 의중과 멀어진 민심과의 거리를 좁히는 일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