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필요한 곳에서 역할 감당하겠다"
"손이 필요한 곳에서 역할 감당하겠다"
  • 박청
  • 승인 2003.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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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릴레이 - 이 효 순 씨<염산면>
1979년 12월 사회에 첫 발을 내딛게 된 이효순(44)씨는 법성면사무소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그 후 관내 여러 곳에서 생활을 해 오다가 지금은 염산면사무소(면장 서택진)에서 민원을 담당하고 있다. 염산은 너무나 생소했기에 처음엔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걱정 투성이가 된 마음을 끌고 염산에 처음으로 오던 날, 그날은 유난히도 비가 많이 왔다. 앞이 안보일 만큼 내리던 비가 염산에 도착하려던 무렵 하늘은 맑게 개이고 너무나 화창한 날씨로 돌변한 것이다.

순간 그녀 생각은 '염산에서 좋은 일만 있을 것이다' 라고 여겨진 것이다. "한곳에 오래있는 것 보다 여러 곳으로 옮겨 다니면서 세상을 아는 것이 좋다"고 서택진 면장은 자주 말한다. 타 읍·면보다 걱정하며 옮겨왔던 염산이 지금은 훨씬 좋단다.

그도 그럴 것이 효순씨는 염산면사무소에 와서 너무나 크나큰 기쁨을 맛보았다. 80살이 넘은 윤양님 할머니는 평생 주민등록증을 가져 보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효순씨 손으로 주민등록증을 발급해 할머니께 전해졌을 때 할머니의 표정에서 기쁨과 지난날의 원망이 함께 엇갈리는 순간을 읽었다. 효순씨 자신이 공무원 생활 23년 만에 처음으로 가슴이 뭉클했다.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아쉬움이 늘 가슴 언저리에 자리 잡고 있는 효순씨는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 퇴직 후에도 서로 만나 대화할 수 있는 아름답고 귀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기를 애절하게 바란다. 박성일 총무계장은 염산면 주민들이 붙여준 별명이 있다고 한다. "안녕하세요?"라는 별명이 그녀에게 붙여질 만큼 주민들간에 알려졌다.

미소가 얼굴에 가득 차있다. 그녀는 독거노인들과 가족이란 울타리가 만들어져있다. 옥실리에 홀로 사는 외로운 할머니의 딸이 된 그녀는 가끔씩 들려 불편한 것이 없는지 살펴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며 자식의 역할을 잘 감당하려고 애를 쓴다.

그녀는 요즘 많이 힘들다고 한다. 종갓집 맏며느리로써 병상에 계신 시아버지를 자주 보살펴 드리지 못해 너무나 죄송하단다.

당연히 며느리가 간병을 해야 하는데 직장에 얽매이다 보니 그렇지 못해 "시어머니께 죄송스럽기 짝이 없다"라며 고개를 떨군다. 무겁게 비중이 느껴지는 고개를 다시 일으키는 효순씨의 눈가엔 어느새 이슬이 젖어있다.

훗날 고향에 남아 이웃을 돌아보며 손이 필요한 곳에서 자신의 역할을 감당하고 싶단다. 그녀는 가끔씩 마음가는 곳이 있다. 친구가 있는 야월리다.

갯마을 하늘에 풍요롭게 날고 있는 갈매기가 그리울 때 친구가 있는 그곳에 정말 가고 싶어한다.

박 청 기자 pc21@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