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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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광21
  • 승인 2019.10.2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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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업인의 아픈 마음과 영광군통합RPC의 현주소

태풍 피해벼 수매가격 보장 등 유통대책 시행하라!

흔히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라고 한다. 수확의 기쁨만으로 마음 넉넉해지며 상쾌한 청량함을 품은 채 맑고 높아진 하늘 또한 가을을 노래하게 할만하다.
그러나 우리의 농촌·농업인의 심정은 그리 편하지 못하다. 올해는 우리나라 기상청 관측 이래 가장 많은 가을 태풍이 잇달아 발생했기 때문이다.
제13호 태풍 ‘링링’이 들녘을 할퀴더니 보름여만인 제17호 태풍 ‘타파’에 이어 제18호 태풍 ‘미탁’까지 연이어 불청객이 찾아왔다.
강한 바람과 물 폭탄에 버금갈 비를 동반한 이들 3개의 태풍은 농작물 훼손, 침수, 토사유실 등 곳곳에 큰 생채기를 남겼다.
탐스럽게 여물어 가던 알곡 가득한 벼를 쓰러뜨리는가 하면 벼이삭이 검고 하얗게 변하는 흑수, 백수현상을 발생하게 했다.
황금빛이므로 물들어야 할 가을 들녘은 침수와 쓰러진 벼로 얼룩져 농민들의 심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로 인해 농업인들의 가슴엔 한숨과 시름이 켜켜이 쌓였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영광군통합RPC에서 수매중인 산물벼 대부분에서 이같은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미질, 품위, 수율 어느 하나 좋지 못한다.
때문에 벼가 들어오는 것을 보면 걱정부터 앞선다. 올해처럼 검사가 힘들고 무거운 마음이 든 해가 없을 정도이다.
이처럼 농민들의 아픔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수매가격에 차등을 둬야 하는 마음에 죄송스럽고 안타까운 심정이다.
그러나 가장 문제되는 것은 학교급식, 수도권에서 벌써부터 미질 문제로 쌀이 반품이 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지난 수년간 쌓아온 영광쌀 브랜드 가치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에게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농민들의 아픔을 보듬어 줘야하는 시점에서 영광쌀 브랜드 가치에 대비해야 하는 마음은 정말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통합RPC는 경영체로써의 활동으로 최소 필요 수익이 확보돼야 농업인 지원은 물론 미래에 대해 대비와 투자를 통해 농업인들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간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필자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같은 공산품보다 더 중요하고 생존에 필수적인 것이 ‘먹거리’라고 생각한다.
이미 기후변화가 현실이 되면서 세계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홍수, 폭염 등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농민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피해벼 수매를 비롯해 미질강화 및 유통대책을 조속히 시행해 주길 바란다.
농민 속도 모르고 가을에 새싹 돋아난 논이 너무 밉다는 생각은 나만의 생각인지 모르겠다.

정명자 / 영광군통합RPC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