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불갑산상사화축제 기념 인터넷공모전 수상작
2019 불갑산상사화축제 기념 인터넷공모전 수상작
  • 영광21
  • 승인 2019.11.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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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선 수상작 - 박희홍 / 광주광역시 서구 

상사화 연정

기다림이 길면 멍울졌다가
그리움이 크면 벙글어지나
냉가슴 앓게 하더니

곱고 붉디붉은
명주 민저고리 입고서
사뿐사뿐한 발걸음에
방긋방긋 웃으며 온다

기왕이면
멋진 초록 스란치마까지
입고서 온다면 더 좋을 것을
아쉽지만 어떻겠니

너의 불그스레한 연지 볼에
고운 낯꽃 웃음 어우러짐은
맺힌 가슴을 풀어내고
질화로처럼 따습게 하니
너를 볼 수만 있다면

그리 오더라도 좋고말고
너 있어 더 눈부신 가을
그때 우리 모두 손 맞잡고
영광 불갑 일원에서
부처나비와 함께
마당 춤을 추자꾸나


■ 입선 수상작 - 이향숙 / 광주광역시 동구

상사화

동쪽에서 서쪽으로
하늘 가로질러 가버린
연인

순애의 긴 여로
눈물로 얼룩져
가슴 찢는 이별의 아픔

오늘도 좇아가는
사랑의 운명

침묵으로
흔들림 없이 오래 오래
기다린다.


■ 입선 수상작 - 이수진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상사화

붉은 맘 말아올려 아린 빛 달랜다오
긴 시간 오매불망 그리움 사무쳐서
내 사랑 만나지 못해 불난 가슴 하르르.


■ 입선 수상작 - 김석현 /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사랑

가장
깊은 마음속에
누군가 집을 짓는다.
일상의
시든 표정이 걷어지고
얼굴엔
때 아닌 복사꽃이 만발하다.
관심을 비벼 넣으며
주춧돌을 삼고
당신이라는 기둥을 세워
쿵쾅쿵쾅
내 심장에 망치질을 한다.

누군가
시간위에
아무 두려움도
흔들림도 없는
사랑이라는 집을 짓는다.

 

■ 입선 수상작 - 김일진 / 영광군

상사화를 보면서, 기다림을 느낀다

따르릉. 따르릉 …
이른 아침부터 누가 전화를 할까? 울리다가 끊어지겠지 하면서 뭉구적 거리는데 언제 일어났는지 저쪽 부엌에서 빨리 전화 받으라고 아내의 앙칼진 목소리에 얼른 받을 수밖에 없었다.
상사화축제 기간이라서 누가 단체손님 예약전화나 되겠지 하면서도 어제의 손님맞이로 인해 쌓인 피곤 때문에 그리 반갑지는 않았다.
전화를 받아보니 어제 우리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간 사람인데 혹시 신분증이 들어 있는 지갑이 있는지 찾아봐 달라는 내용이었다.
발견하지 못하였다고 알리자 상사화축제 행사장에서 사진 찍었던 곳 서너 군데를 알려주면서 좀 찾아봐 달라는 부탁이었다.
얼마나 애가 탔으면 아침 일찍 영업집에 사사로운 전화를 하였을까 하면서도 이제 일감이 하나 더 생겨났으니 아내를 도와야 할 식당의 아침은 바쁘기만 하였다.
자전거를 타고 사진 찍었다던 곳 서너 군데를 찾아 봤으나 어제 분실된 지갑을 찾기란 허사였다.
가는 곳마다 어젯밤 이슬에 찬란히 몸을 씻는 상사화들은 오늘도 새 단장을 하고 오지도 않을 임을 기다리고 있는 듯 자태는 영롱하여 사람들이 올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 찾으러 간 지갑은 나도 몰래 머릿속을 떠나고 그리운 모습의 상사화들만 보면서 아침을 보내고 있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난 상사화 꽃길을 지나면서 이런 생각, 저런 생각으로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아내의 얼굴도 잊은 채 나만의 즐거움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사색에 젖어 있었나 보다.
멀리 수원에서 아침 일찍 전화를 해서 부탁한 그 사람은 애타게 내 전화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집에서 아내는 오늘 맞이할 손님들의 반찬 준비로 바빠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인데 그 심정도 잊은 채 상사화 구경에 빠졌으니 뒷일은 어찌 될 것인가.
다행이도 지갑이라고 찾았다면 한사람이라도 즐거워 할 텐데 그것마저 허탕이 된다면 그 분은 그 분대로 실망이 클 것이고 아내는 아내대로 잔소리는 뻔하고 내 심정도 상사화 타는 가슴이 되어가고 있었다.
‘기다림이 헛되지 않게 하자’ 다짐하면서도 상사화 시비가 세워진 철탑 앞에 자전거를 멈추었다.
우리 지역의 자랑이자 내 개인에게도 시를 가르쳐주신 정형택 시인의 <꽃무릇예찬>이란 시에 쏙 빠져 읽고 있었다.
<중략>
정형택 시인을 생각하며서 자전거를 옆으로 가는데 시비 앞에서 사진을 찍던 사람이 “아저씨! 아저씨!” 하고 부른다. 뒤를 돌아보니 지갑을 빠트리고 가신다며 조그만 지갑을 건네주는 것이었다.
아차!  이 지갑인가 보구나. 받은 즉시 열어 보았더니 그 여자분이 찾고자 하는 지갑이었다.
지갑을 주워 건네주신 분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승승장구 힘이 났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내 모습에 찾았다는 사실을 느꼈는지 아내는 핀잔도 없이 맞이했다.
이런 기다림이 상사화가 담고 있는 기다림일까?
상사화축제 속에서는 모든 사람들은 기다림의 의미를 얼마나 만끽하고 돌아가는 것일까?
앞으로도 며칠이 더 남은 상사화의 축제를 오고 가는 사람들 마음속에도 기다림에 가슴 벅찬 오늘이 되기를 빌면서 수원을 향해서 전화번호를 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