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영광상사화예술제 글짓기 입상작 고등부
2019영광상사화예술제 글짓기 입상작 고등부
  • 영광21
  • 승인 2019.11.0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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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룰 수 없는 사랑

주나연/ 해룡고1

상사화는 잎이 나고 완전히 진 후 꽃줄기가 올라와서 꽃이 피기 때문에 잎과 꽃은 영원히 만날 수 없다고 하여 꽃말이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다. 상사화의 꽃말을 알기 전에는 그냥 아름다운 꽃일 뿐이었는데 꽃말을 알고 보니 겉은 아름답지만 슬픈 이야기를 마음 속에 품고 살아가는 것만 같아서 꼭 나의 모습과 닯아 보였다.
내가 중학교 2학년때 15살이라는 어리다면 어리고, 성숙하다면 성숙하게 느껴질 나이에 나는 사랑에 빠졌다. 열다섯이라는 나이에 무슨 사랑이겠냐는 생각이 대부분이겠지만 나는 정말 진심을 다해 사랑을 했다. 중학생이라는 아직은 미숙한 나이에 처음으로 사랑다운 사랑을 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그렇게 오랫동안 많은 마음을 주고 싶었던게 처음이라서 나는 내 마음을 조금도 남겨주지 않은 채 그 사람에게 다 내어주고 말았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마음을 다 퍼주는 동안 그 사람은 나를 사랑하는지, 그 반대인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그 사람의 마음이 나를 향했든, 향하지 않았든 그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말할 수 없는 신분에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짝사랑 아닌 짝사랑을 했다. 혼자하는 사랑이기에 외롭기도 했지만 ‘혼자 하는 사랑도 나쁘지 않아요’라는 한 노래의 가사인 이 말에 나는 매우 공감했다.
노래 가사는 진짜였다. 혼자 하는 사랑이었지만 혼자 설레기도 하고 또 슬프기도 하며 그렇게 2년을 넘게 짝사랑을 했다. 2년 정도의 사랑이 2시간처럼 느껴질 정도로 빨랐고 그 시간이 아마 우리를 갈라놓은 것 같다.
그 사람을 거의 매일 봐왔던 중학교 시절이 지나가고 어느덧 나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고등학생이 되고 공부하랴, 학원가랴, 학교생활하랴 이래저래 시간은 빠듯했고 그 사람을 못 보게 되자 나는 가슴에 누가 못을 박는 듯이 아파해야만 했다. 그렇게 하루, 일주일, 몇 달이 지나서야 나는 그 아픔에 무뎌질 수 있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다 맞았던 것이다. 아직 우리에겐 몇 달이 될지, 몇 년이 될지 모르는 시간이 남아 있지만 우리는 상사화의 잎과 꽃 같은 사이일 수 밖에 없나보다.
내가 가면 그 사람은 없고, 그 사람이 오면 내가 없는…. 그렇게 우리는 영원히 만날 수 없는 그런 사이인 것 같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기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나의 사랑이야기를 나는 오늘 ‘상사화’라는 주제로 한 번은 떠올리고 털어놓을 수 있어서 홀가분하다. 참 좋은 계기가 된 고마운 상사화를 항상 마음속에 간직할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입

박성현/ 영광고2

사춘기부터 나의 입은 거칠어졌다. 학교에서 참고, 참았던 스트레스를 모두 집에서 풀었다.
엄마가 날 위해 하는 충고는 모두 잔소리로 들렸고 자그마한 부탁에도 기분이 나쁜 듯 말을 내뱉었다. 나의 입으로부터 나온 나쁜 말들은 항상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러나 엄마는 나를 위해 위로의 말들을 해주었다. 엄마의 입은 항상 따뜻하기만한데 나의 입은 왜 모질기만한지 그런 나의 입이 너무 미웠다. 항상 나에게 잘해 주고 용기를 주고 사랑해준다는 이유만으로 그동안 나는 엄마를 너무 당연한 존재로 여겼던 것이다.
엄마의 입에게 고맙다고, 죄송하다고 말해야 하는데 나의 입은 왜 이런 말 한마디마다 큰 용기가 필요할까? 나를 사랑해주고 누구보다 가까운 사람에게 입을 떼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다.
엄마의 입은 사랑하는 사람에게라면 고민하지 않는데 나의 입은 말 한마디에 고민하고 또 고민하느라 지금까지 사과의 말도, 감사의 말도 전하지 못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니 엄마의 입은 나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했던 것 같다. 어쩌면 나를 키워준 것도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것도 엄마의 입이지 않았을까?
엄마의 아름다운 입은 부정의 나를 긍정의 나로 만들어 주었고 내가 슬플 때 따뜻한 말로 위로해 주었다. 지금까지 나와 우리 가족을 행복하게 해 준 원동력인 엄마의 아름다운 입이 내가 생각하는 가장 아름다운 입이다.


상사화

김가영/ 영광고2

북에서
누이는 철조망의 건너편을 바라보며
오늘도 오라버니를 기다린다
마치, 상사화의 푸르른 잎처럼

남에서
오라버니는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며
오늘도 누이를 기다린다
마치, 상사화의 붉은 꽃잎처럼

뱃속의 아기와 함께
아내는 떠나는 배들을 보며
오늘도 남편을 기다린다
마치, 상사화의 푸르른 잎처럼

전쟁에 나간 남편은
노을빛에 붉게 물든 항구를 보며
오늘도 아내를 생각한다
마치, 상사화의 붉은 꽃잎처럼

시끌벅적한 교실에서 나는
홀로 덩그러니 놓인 책상을 보며
오늘도 떠나간 친구를 생각한다
마치, 상사화의 푸르른 잎처럼

온 가족이 한데 모여
북적북적한 대명절을 맞이할 때
나는 오늘도 할아버지의 공허한 빈자리를 생각한다
마치, 상사화의 붉은 잎처럼

잎과 꽃잎이 절대 만나지 못하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꽃말을 가진
상사화처럼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슬픔의 소리와
다시 만나기를 간절히 희망하는 마음이
저 높은 하늘에 닿아
이들의 소망이 이뤄지기를

오늘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