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함께하다보니 자식보다 낫다고 말씀하시는 어르신들이 많아요. 어르신들이 꼭 저의 부모님 같아요. 요즘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걱정이예요.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난방비를 아끼려고 추운 날씨에도 전기장판만 쓰시는 분들이 많거든요”라고 말하는 김혜련(40)씨.
김혜련씨는 3년째 영광군 소속 독거노인생활관리사로 활동하면서 매일 어르신들을 만나 안부를 묻고 건강을 살핀다. 영광군에는 독거노인생활관리사 57명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11개 읍·면을 돌며 홀로 사는 어르신들의 안전을 확인하고 생활교육과 서비스 연계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 씨는 불갑면에서 혼자 생활하는 어르신 27명을 보살피고 있다. 82세부터 95세까지의 어르신들이다. 1주일에 한번씩 요일을 정해서 주기적으로 방문을 하고 1주일에 두번씩은 전화를 해 생활을 살피고 후원물품을 전달하기도 한다.
김 씨는 영광에서 옷가게를 했는데 감각이 있어서 영업이 잘 됐다.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요양보호사자격증을 취득하게 됐고 행운이 따라서 독거노인생활지도사로 활동하게 됐다.
김씨는 “옷가게를 할 때보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것은 아니지만 저는 정말 이 일에 만족합니다. 어르신들을 보살피지만 오히려 제가 위로를 받을 때가 훨씬 많아요”라고 말한다.
김 씨는 지난해 10월, 낮에 만났던 어르신이 몸이 좋지 않다고 했는데 밤에 전화를 받지 않자 밤길을 달려서 어르신 집으로 간 적도 있다. 너무나 걱정이 됐던 것이다. 다행히 전화기가 꺼져 있어서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 때 어르신이 제 손을 잡고 ‘자식보다 더 낫네’라고 말씀하시는데 코 끝이 찡했어요. 우리보고 애쓴다고 말씀하시는데 이게 우리의 일이예요. 또 어르신들을 만나면 우리도 기운을 받아요”라고 말했다.
그날이 김 씨가 생활관리사라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진정으로 보람을 느꼈던 날이라고 한다.
다른 어르신들도 몸이 갑자기 아플 때 자식보다 김 씨에게 먼저 전화를 건다. 자식들은 다른 지역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그녀가 위급상황에 더 빠르게 대처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이 낙상을 하거나 고혈압으로 쓰러졌을 때 단 몇분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혜련씨는 감기약·파스 등의 간단한 구급약을 사다 드리기도 하고 전기요금 납부 등의 간단한 서류관련 일처리를 하기도 한다.
김 씨는 “홀로 사는 어르신들에게 말 한마디라도 더 해주고 손이라도 한번 더 잡아주는게 얼마나 힘이 되는지 알아요. 제가 만나는 어르신들 모두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김혜련 / 독거노인생활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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