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보통 독서감상문이라고 하면 책에 대한 무수한 칭찬들과 가식을 섞기 마련인데 이번 책은 그러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난 책을 읽는 시종일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끊임없이 가정폭력을 당하는 유림이를 볼 때 화도 났고 이런 행태가 15년 동안 이어져 왔다는 사실에 더욱 화가 났다. 난 그런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유림이는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밖에 제대로 나가보기는 커녕 또래 아이들과도 제대로 어울리지 못한 채 무차별적인 가정폭력의 희생양이 되었기에 ‘행복’이라는 것을 자기와는 거리가 먼, 자신에게 부합하지 못한 무언가라고 생각하고 만다.
그러던 중 아버지 ‘홍기수’의 폭행에 부러진 치아를 치료하러 간 유림이는 우연히 서원에 가게 되고 서원은 유림이에게 비록 소소할지라도 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게 된다. 물론 서원의 주인인 화신은 유림이를 도와주려 하고 유림이를 홍기수에게서 구출해 홍기수를 신고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여기서 아버지 홍기수의 과거가 나온다. 홍기수 역시 자신의 아버지에게 지속적인 가정폭력과 학대를 당해왔고 견디다 못한 나머지 아버지를 죽이고 말았다. 결국 홍기수도 가정학대의 희생양이었고 이때 배워버린 사상을 항상 가슴 속에 품고 지냈기에 가정학대에 대한 죄의식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아마 ‘세살 버릇 여든 간다’라는 속담을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물며 청년기까지 인생을 가정학대와 정화학교로 채운 홍기수는 어떻겠는가? 청년기를 모두 보낸 뒤에도 홍기수를 바로 잡아 줄 사람은 없었고 홍기수는 그대로 세상을 살아간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홍기수의 행동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홍기수의 과거 때문에 나는 홍기수를 완전한 인간쓰레기 그 자체로 여기지 못했고 유림이를 불행하게 만든 아버지 홍기수를 완전히 배척해 놓고 원망할 수 없었기에 기분이 많이 더러웠다.
솔직히 책의 중반부에서는 이야기의 교훈을 깨닫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후반부로 흘러가 끝맺을 즈음에 이르러서 작가는 나에게 힌트를 보냈다. 화신과 주호, 유림이 그리고 홍기수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고통스러운 과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화신은 정화학교에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고 아버지를 여의였다. 주호는 어린 시절 부모님께 버려져 노망이 드신 할머니를 돌보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시자 집을 나왔다. 홍기수는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해 아버지를 죽였고 유림이는 그런 홍기수에게 10년 동안 가정폭력을 당해왔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진짜 부당함을 모르고 표면적인 부분에만 집중하며 부조리함에 눈 감는 세상에게 실망했다. 물론 차이점도 있다.
주호는 화신을 만나며 자신의 과거를 극복해 나갔고 유림이를 도왔다. 화신은 유림이를 돕고자 하는 마음에 자신의 무거운 과거, 그동안 묻어 놓았던 ‘홍기수’라는 과거와 싸웠다. 유림이 역시 이들과 함께 했다. 책에서 독자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여기에 있지 않을까? 세상의 부조리함과 부당함에 무거운 과거에 증오하는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라는 것이다.
또 책에서는 같은 과거를 보내고 서로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화신과 기수를 조금 비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둘을 비교하기에서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
우선 화신은 가정의 따스함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정화학교에 잡혀가기 전까지만 해도 행복한 가정의 일원이었고 정화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어머니의 지원이 있었다. 그러나 홍기수는 애초에 가정의 따뜻함이 무엇인지 조차 잘 몰랐다.
아버지의 무차별적인 학대 속에 자신의 아버지를 직접 죽이고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공허함을 느낀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정화학교가 나타났다. 그 누군가 정화학교에서의 철학이 되었고 그곳에서 유일하게 인정 받았다. 정화학교에서 나온 뒤에도 그곳에서 배운 것들을 자신의 이상으로 삼으며 살았다.
자신의 생각이 무엇이 잘못됐는지 조차 잘 몰랐고 그런 그를 바로 잡아줄 사람도 없었다. 죽음 직전에서야 자신과 유림이를 생각하며 슬픔을 느낀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홍기수가 나쁜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고 홍기수가 그렇게 된 데에는 자신의 책임도 어느 정도 있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점은 화신과 홍기수를 동일선상에 두기엔 무리가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이런 저런 것들 다 제쳐놓고 책을 다 읽고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각자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화신, 주호, 유림이 서로를 의지하며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구절은 “아름다운 멜로디가 넘실대는 이 노래를 부르지 않을 이유가 없기에.”
유림, 화신, 주호가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독후감 - 맷돼지가 살던 별 / 맹찬민(해룡중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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