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로 대하는 고객 변치않는 마음으로 보답"
"딸로 대하는 고객 변치않는 마음으로 보답"
  • 박청
  • 승인 2003.02.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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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도우미 - 영광농협 군서지소 전 은 정씨
전표를 부지런히 정리하고 있는 모습이 한가롭게 보여지지 않았다. 살그머니 곁으로 가서 눈인사를 하고 서 있었다. "많이 바쁘시네요?" 빙그레 웃음을 지어 보이며 "오셨습니까? 안으로 들어오시죠" 상담실로 안내를 받아 들어갔다. 따뜻한 커피를 두 잔 들고 들어오는데 두개의 종이컵이 쟁반 위에 반듯이 놓여있다.

영광농협 군서지소(지소장 이종남)는 신문을 배포하러 갈 때에도 직원들이 "어서 오세요"하고 인사는 늘 주고받았다.
전은정(30)씨. 법성 삼당리가 고향이어서 영광군 일원에서 지금까지 직업에 충실하고 열심히 살아오는 사람이다.

1995년 초 입사해 영광농협 묘량지소에서 초임을 보내다가 본소로 가서 근무하던 중 2002년 4월에 군서지소로 옮겨왔다. 본소에 있었을 때는 항상 긴장상태에 있어야 했다고 한다.

사람마다 마음이 다르기 때문에 특성 또한 다르다. 어떤 고객은 본인의 뜻에 맞지 않다고 무조건 큰소리부터 내고 보는데 그런 것을 대비하고 또 불시에 발생되는 사건들을 대처하기 위해 긴장하고 있어야 했다고 한다. 즉 남의 시선을 항상 주시하고 있어야 한단다.

그런데 이곳 군서지소로 온 후로는 그런 일을 볼 수가 없다. 직장이라기보다는 가족관계로 유지하고 있는 편에 가깝다. 모두가 식구처럼 화기애애하게 지낸다.

김윤일 조합장은 직원들에게 "농협 인은 제2의 가족관계다"라고 늘 강조해왔다. 영광농협 군서지소의 조합원들은 50~60대가 거의 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보모를 통해 농촌의 분위기를 익혀오기에 참 적절하고 좋은 계기였다고 한다.

상환기일이 늦어지는 연체자들에게 심하게 독촉하는 직원들을 볼 때 좋지 않은 기분을 느끼곤 한다. 반면 이런 모습을 보고 은정씨는 "농협이 없다면 농민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줄곧 한다.

농민들의 실태가 악순환이 연속되는 현실을 보면 답답할 때가 많다고 한다. 아마 부모님이 농민이 아니었다면 이런 상황판단을 못했을 것이다. 보고 느끼고 자라왔기에 농민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군서지소에서 톡톡 튀는 직원 얼굴은 웃음이 떠나지 않는 직원 조합원들에게는 딸처럼 여겨지는 직원으로 소문이 나있는 은정씨. 사회 초년시절에 대기업에 종사하는 직원을 보고 많이 부러워했던 마음이 몇 해 전부터 참 부끄럽다는 생각을 한다. 농민들을 보필해야한다는 것을 참 행복으로 여기며 자랑하는 그녀를 보니 맏며느리 같은 생각이 스쳐간다.

사회봉사를 하고 싶다는 그녀는 기회를 찾고 있다. 동료들과 서로 아끼며 사랑하는 사이로 그리고 조합원들과 좀더 가까워져서 그들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인한 피해와 원전 때문에 피해를 보는 농민들이 안타까운데. 또 핵폐기장이 들어온다면 영광의 농민들의 장래는 어떻게 될지 걱정이란다.

박 청 기자 pc21@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