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놓고 누울수도 죽을수도 없당께”
“맘놓고 누울수도 죽을수도 없당께”
  • 박은정
  • 승인 2005.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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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당골칭찬릴레이 / 이금순 / 군서면
군서면 덕산리에 마음씨 고운 효부가 있다기에 찾아 나섰다. 마을의 모정을 지나 마을 골목을 들어서 바로 우측에 자리한 집. 그곳엔 90을 넘긴 노모와 일흔을 넘긴 남편 그리고 오늘의 칭찬 주인공 이금순(69)씨가 있었다.

군남이 고향인 이금순씨는 20살 되던해 남편을 중매로 만나 시집와 살고 있다. 슬하에 2남5녀를 두고 있는 그는 가난한 가정에서 힘들게 지내왔다. 그러던 중 25년전 남편이 중풍으로 쓰러지게 되고 그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까지 모두 떠 안게 됐다.

그는 그때부터 거동을 거의 하지 못하는 남편의 대소변을 받아내며 농사일과 집안일을 하며 올해 94세인 노모를 모시고 자녀들을 돌보며 그렇게 긴긴 세월을 힘겹게 살아왔다.
게다가 혼자 많은 일들을 감당하며 고생한 탓에 직장암에 걸려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는 등 병마와 싸워야하는 어려움을 겪게 됐다.

그는 이렇게 어렵고 불편한 환경속에서도 노모와 중풍으로 앓아 누운 남편을 한결같이 봉양해 주위에서 높은 칭송을 듣고 있다.
이 씨의 이런 인고의 세월은 주변에 널리 알려져 군서 면민의 날 효향상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고 지난 6월17일에 열린 옥당로타리클럽 이·취임식에서는 효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젠 내 몸도 병이 들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해”라며 긴 한숨을 내뱉는 이 씨는 “나 없이는 한 발짝도 못 움직이는 남편과 100살을 바라보는 시어머니가 혹시라도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면 누가 돌볼지…”라고 말끝을 흐리며 울먹였다.

연세가 많이 들었음에도 정정한 이 씨의 시어머니는 “우린 며느리 없이는 하루도 못살아, 착한 며느리가 뭐든지 잘해주니까 이렇게 살지”라면서 “며느리는 우리 친구나 마을 어른들에게도 얼마나 잘하는지 몰라”라며 이 씨를 칭찬을 거들었다.

가족들 챙기기에도 바쁜 이 씨는 어머니가 자주 놀러 가는 마을회관에서도 부녀회원들과 가끔 점심을 장만해 대접하며 어르신들을 공경해 마을 주민들로부터 매사 귀감이 되고 있다.

“마음편히 아플 수도 없고 죽을 수도 없어”라며 다시 들로 향하는 이 씨. 그는 지나온 삶에 많이 지쳐 있었지만 그래도 지켜야할 기본 도리에 대한 강한 책임만큼은 곧게 간직하고 있었다. 가족이 무너지고 가정이 파괴되는 요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이금순씨의 모습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