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배움을 파는 아이 '지현'
희망과 배움을 파는 아이 '지현'
  • 김광훈
  • 승인 2002.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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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차이를 벗어나 하나된 동무들의 만남
"지현아 뭐해. 휠체어 좀 태어줘."
컴퓨터를 잘해 프로그램어가 꿈인 지현이는 영광초교 5학년에 다니고 있다. 6살 때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친 지현이는 오늘도 전동 휠체어에 몸을 내 맡기고 집을 향하던 길이었다. 인터뷰중에도 계속된 친구들과의 어울림은 여느 아이들 이상이다.

"아니요. 친구들과 우리 집에 몰려가 함께 놀곤 하는걸요."(지현이)
"다르게 대하는 친구는 없어요. 2,3층 계단 등을 오르내릴때도 저희들끼리 모두 알아서 하죠. 그건 동정적 도움이기 보단 어느덧 하나가 되어버린 썩임인거죠. 공통점이 훨씬 많으니까요."( 백은미 담임선생님)
그랬다. 적어도 지현이와 그 주변 세상은 작은 차이의 경계를 넘어 썩임과 어울림의 울타리를 넓혀가고 있었다. 그런 차에 어느덧 세월과 세상의 다듬이질에 커 버린걸까. 한번도 자신의 처지에 대해 원망해 본 적 없다고 당당히 말하는 지현이.

그런 지현이도 한가지 아쉬운게 있단다. "체육 시간이요. 같이 뛰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조금…슬픈 땐 그냥 가만있으면 풀려요." 하지만 그렇게 내뱉은 말 뒤편 표정과 어투 어디에도 서글픈 그림자는 없다.

올해초 전동휠체어가 지현이의 벗이 되기 이전인 지난 4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학교에 등·하교 시키셨다는 아버지는 "혹 어렵고 힘들수도 있지만 먼 미래를 생각하면 집에 혼자 있는 모습보단 세상과 맞서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일반 학교에 다니게 한 간단치 않은 속내를 말한다. 그래서였을까, 도전일거라 생각했던 물음에 "일반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닐거"라는 답은 지현이에겐 이미 당연한 말이었다.

"지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정말 소중해요. 많이 배우죠. 세상을 대하는 자세나 사람을 만나는 방법 등을 말이죠. 또 우리 아이들도 함께하는 삶의 가치를 스스럼 없이 체득하는것 같구요" 라는 백은미 선생님과 "지금처럼 언제나 밝고 당당한 지현이가 되어달라"는 아버지의 바램이 결코 낮설지 않음은 잠시 스친 지현이에게서 느낀 내음이어서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