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주조장 ‘톡한잔소주’
대마주조장 ‘톡한잔소주’
  • 영광21
  • 승인 2020.07.09 13: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찰보리쌀로 빚은 영광 토속주 
알싸한 풍미 압권

 

영광은 국내 최대 보리주산지다. 국내 유일의 보리산업특구답게 전국 생산량의 13%를 차지한다. 
보리는 영양의 보고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세계 10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한 곡물이다. 베타글루칸 함량이 높아 성인병 예방에 좋다. ‘콜레스테롤 잡는 파수꾼’이란 애칭도 가지고 있다. 비타민, 철분, 칼슘, 식이섬유도 풍부해 장 건강에도 그만이다.
영광에서는 예부터 보리쌀로 술을 내려 마셨다. 노동에 지친 농군과 고깃배 선원들이 ‘통보리굴비’를 안주 삼아 즐겼다. 토종 술인 ‘영광소주’였다. 
전라남도가 6월의 전통주로 ‘톡한잔소주’를 선정했었다. 영광 대마주조가 옛 방식 그대로 영광소주를 재현한 전통주다. 소주의 참맛을 찾는 ‘꾼’들과 전통 소주 맛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즐겨 마신다는 바로 그 술이다. 
2014년 남도전통술 품평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같은 해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도 우수상을 거머쥐며 그 진가를 세상에 알렸다. 톡한잔소주 맛을 보기 위해 대마로 길을 잡는다.

“한잔만 마시고 몸을 챙겨라”
주조장이 정갈하다. 소독실을 통과해 주조장 내부로 들어서자 농익은 누룩 내음이 엄습해 온다. 향기롭다. 정신이 혼미해진다. 줄을 맞춰선 커다란 술통에선 ‘뽀글뽀글’ 거리는 소리가 그치질 않는다. 술이 맛있게 익어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오늘은 술이 굉장히 좋습니다. 뽀글거리는 소리가 경쾌하지 않습니까. 향과 소리만으로도 술의 좋고 나쁨을 알 수 있죠.”
주조장 문을 열어젖히던 정덕진 대표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정 대표는 영광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찰보리쌀로 28년째 술을 빚고 있다. 전통주 연구가다. 
염치불고하고 ‘톡한잔소주’ 한병을 땄다. ‘많이 마시면 탈이 나니 독한 술 한잔만 마시고 몸을 챙겨라’는 어머니의 뜻을 담아 지은 이름이다. 은은하게 퍼지는 보리향과 함께 익숙한 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증류주에서만 느낄 수 있다는 속칭 ‘증류향’이다. 중국요리 식당에서 접했던 ‘고량주향’과 비슷하다. 
맛은 어떨까. 톡 쏘는 소주 특유의 맛과 보리에서 우러난 달보드레한 맛이 매력적이다. 알코올 30도로 높지만 목 넘김도 부드럽다. 박하를 닮은 화한 풍미가 그대로 전해진다. 뒷맛도 깔끔하다. 
“쌀보다 보리로 술을 빚는 것이 훨씬 어려워요. 성질이 차가워 빨리 식기 때문이죠. 발효도 더디고요. 손도 많이 갈뿐더러 변질도 빨리돼 애를 먹기도 해요.”
빚는 과정은 지난하다. 톡한잔소주의 기본이 되는 ‘영광소주’부터 빚어야 한다. 먼저 찰보리쌀로 지은 고두밥에 보리누룩을 넣어 보름 동안 저온 발효해 청주를 빚는다. 맑은 청주를 항아리 소줏고리로 증류해 소주를 내린 다음 내려 받은 소주를 다시 한번 증류해야 한다. 끝이 아니다. 두번 증류한 소주를 숙성실에서 365일 다시 익혀야 비로소 물 한방울 타지 않는 토속주 ‘영광소주(45도)’가 탄생한다. 여기에 정제수로 30도를 맞추면 ‘톡한잔소주’가 된다. 시간이 빚은 술이다. 
정 대표가 애지중지하는 리큐르 ‘톡한잔골드’(43도) 역시 영광소주에 토종 블루베리인 ‘정금’을 넣고 90일 동안 숙성해 빚는다. 대마주조는 이들 술 외에 정금을 발효시킨 정금와인 ‘누빌’과 우리나라 최초의 보리 발효 막걸리 ‘보리향탁주’도 빚는다. 진한 보리향과 걸쭉한 맛이 일품이다. 최근엔 황칠막걸리도 출시했다. 정금막걸리와 약주의 출시도 저울질하고 있다. 이들 술은 전화로도 만날 수 있다. 
 

 

어머니가 빚던 전통방식 고집
“예부터 법성포에는 곡물을 보관하던 ‘조창’이 있었습니다. 해남·진도 등 호남에서 생산되는 보리가 집결했죠. 자연스레 보리를 이용한 식문화가 발달할 수밖에 없었어요. 보리에 굴비를 넣어 말리고, 술도 빚어 마셨죠.”
일제강점기 전통주 말살정책에 따라 보리소주가 자취를 감췄다. 덩달아 그 제조법도 끊겼다. 1930년에 발행된 <전남사정지>에 영광소주를 빚어 유통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뿐이다. 가양주로 명맥을 이어오던 보리소주가 세상 밖으로 나온 건 정 대표의 어머니(이숙여)에 의해서였다. 
“어머니께서 열여덟에 시집 와 할머니에게서 술을 배웠어요. 술을 빚어 자식들을 키우고, 생활을 건사했지요. 그런데 어머니께서 소주 제조법은 절대 안 가르쳐 주는 겁니다. 발만 동동 구르는 저의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그때야 마음을 여시더라고요. 소주를 빚다 큰딸을 잃은 아픔 때문에 주저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죠.”
정 대표는 전통주 연구가답게 어머니가 빚던 전통 방식만을 고집한다. 드넓은 주조장에 흔한 온풍기 하나 없다. 아직도 난로를 지펴 온도를 조절한다. 증류방식도 항아리 소줏고리 상압방식만 고집한다. 단잠을 설쳐가며 누룩도 직접 만들어 쓴다. 
“도시의 대형 술 공장과 똑같이 만들면 버틸 수가 없죠. 이길 재간이 없어요. 우리나라에는 서양의 고급술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좋은 전통주가 많아요. 전통주를 살리고 죽이는 것은 소비자의 몫입니다. 많은 이가 전통주를 찾는다면 우리 술은 더 나은 단계로 발전하겠죠. 전통주를 아끼고 찾는 분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우리 문화를 계승·발전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정 대표의 소박한 바람이다.
☎ 061-351-9988 
/ 전남새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