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법과 제도도 결국 운영하는 사람의 문제
좋은 법과 제도도 결국 운영하는 사람의 문제
  • 영광21
  • 승인 2020.10.1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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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의 편지⑥ - 법을 집행하고 판결하는 자들에게 2

전국시대 유가 사상을 집대성한 순자荀子는 자신의 저서 《순자》 <군도君道>편에서 이렇게 말한다.
“어지럽히는 군주는 있어도 어지러운 나라는 없다(유난군有亂君, 무난국無亂國). 
(잘) 다스리는 사람이 있을 뿐이지 (잘) 다스리는 법은 없다(유치인有治人, 무치법無治法).”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를 갖춰도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으면 법과 제도는 유명무실해진다. 중국 최초의 통일제국인 진나라는 거의 완벽한 법과 제도를 가지고 있었다. 
진시황은 그것을 더욱 확대하고 여기에 각종 문물제도를 통일하는 놀라운 시스템을 창안했다. 하지만 진나라는 20년을 못 버티고 단명했다. 법과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어지러운 나라는 없다. 못난 리더가 자리에 앉아 제도와 법을 어지럽히고 법을 집행하는 자들이 자기들 멋대로 법을 유린하기 때문이다. 
법을 가장 잘 아는 자들이 법을 가장 많이 어기고 악용하는 까닭도 그 사람의 법의식이 삐뚤어져 있고 사사로운 욕심에 지배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검찰과 사법부에 법의식이 삐뚤어진 자들이 얼마나 많을까?

프랑스의 몽테스키외는 10년이 넘는 시간을 들여 《법의 정신》(1748)을 완성했다. 그는 영국 헌법의 원리를 상세히 분석하여 “법을 연구하자면 선험적인 이론으로서는 안 되며 우리들이 생활하고 있는 구체적 현실의 상황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리하여 개인의 자유는 국가권력이 사법·입법·행정의 3권으로 나뉘어 서로 규제·견제함으로써 비로소 확보된다고 하는 그의 ‘삼권분립론’은 미국 독립 등 전세계에 영향을 주었고 19세기 자유주의가 옹호하게 되는 기본적 자유의 규정에 공헌하였다. 
사마천은 몽테스키외보다 약 2천년 앞선 인물로, 군주의 권력이 모든 것을 지배하던 체제에서 살았다. 따라서 개인의 자유나 삼권분립과 같은 근대적 법 정신과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몽테스키외가 말하는 구체적 현실의 상황에서 출발하는 법의 정신은 법의 집행에 있어서 공익우선과 지배층의 솔선수범, 즉 백성의 삶을 우선할 줄 아는 집행자의 수양과 처신을 강조한 사마천의 법의 정신은 본질적인 면에서 통한다고 할 수 있다. 

서양과 다른 이념과 문화를 가지고 수천년 동안 살아온 동양의 법의식을 봉건적이라 하여 무조건 배척할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작동하고 있는 나름의 법 정신을 발견하여 참조하는 것도 필요하다. 
위대한 역사가 사마천이 절대 역사서 《사기》 곳곳에서 보여주는 법에 관한 소중한 인식들이 그래서 귀한 것이다. 법을 집행하고 법조문으로 누군가를 단죄하기에 앞서 내가 과연 공정하게 공평하게 공개적으로 법을 집행하고 판결하고 있는가를 냉정하게 짚어보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인간이 덜 된 것이고 당장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국민이 보기에 물러나야 할 자들이 너무 많다.

영광군, 사마천 사기 대가 김영수교수 초청 인문학 강좌   김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