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을 당황케 한 검찰총장에게
조폭을 당황케 한 검찰총장에게
  • 영광21
  • 승인 2020.10.29 10: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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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마천의 편지 ⑧

이번 국정감사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대검의 우두머리인 ‘무대뽀’ 검찰총장이었다. 
‘무대뽀’는 무뎃포라고도 하는 일본어다. 한자로 무철포無鐵砲라 쓴다. 전쟁에 나가는 군인이 총도 안 갖고 나간다는 뜻으로 ‘앞뒤 생각 없이 행동하는 모양’을 비유한다. 한 나라의 검찰총장의 언행이 ‘무대뽀’ 그 자체였다.
국감에서 오고 간 내용은 생중계를 통해 세상이 다 보았기 때문에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대신 ‘무대뽀’ 총장의 언행이 보여준 수준이 어떤지를 분석해보겠다. 
먼저 이 자는 수신修身에서 빵점이었다. 긴 말이 필요 없겠다. 생생하게 목격했으니. 다음으로 제가齊家도 빵점이다. 아내를 비롯한 가족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상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예 모른다고 했다. 자식이 없어 그나마 다행이지 콩가루 집안을 방불케 한다.

다음으로 그의 말은 점수를 매기기 힘들 정도로 처참했다. 언격言格이 인격人格이라 했다. 시정잡배나 입에 올릴 단어와 거친 표현을 입에 달고 있었다. ‘말은 마음의 소리(언위심성言爲心聲)’라 했다. 이 자의 마음이 몹시 삐뚤어져 있다는 뜻이다. 이 몇가지만 봐도 공직자로는 전혀 아닌지라 공직자 문제는 따로 말하지 않겠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사법고시를 9수나 한 자의 법에 대한 기본 지식과 이해도였다. 
법을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말이 안되는 억지를 아무렇지 않게 당당하게 내뱉었다. ‘부하部下’ 논란은 그 중 백미였다. 역시 기레기들과 놀더니 무식無識, 무지無知, 무모無謀, 무치無恥의 사무四無를 확실하게 장착하고 있었다. 

검찰이라는 조직과 정상적인 생각을 가진 검사들을 몹시 부끄럽게 만들었다. 국민들 사이에서 검찰이란 조직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반응까지 나왔으니 말이다. 
모든 검사들이 다 이 자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일반화가 널리 퍼지고 있다. 이제 검찰과 정상적인 검사들은 이 자가 싸질러 놓은 배설물을 치워야 하는 덤터기까지 떠안았다. 
사마천은 “일을 잘한다고 해서 꼭 말까지 잘하는 것이 아니며 말을 잘한다고 해서 꼭 일까지 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둘 중 하나만 잘 갖춰도 그런대로 봐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자는 이 둘 다를 아예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고도 임기를 채우겠노라 큰소리를 쳤다. 이런 자를 일러 ‘시위소찬尸位素餐’이라 한다. ‘시체가 자리만 차지한 채 밥만 축낸다’는 뜻이다. 자기 스스로 ‘식물총장’이라 했으니 딱 어울리는 말이다.
 

아무튼 이번 국감의 스타로 떠오른 이 자 때문에 조폭의 우두머리들이 몹시 당황들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 언행이 자신들의 그것을 방불케 했기 때문이리라. 자리에서 물러나면 스카웃하려 들까 아니면 공격하려 들까?
문득 처세 격언서의 하나인 《격언연벽格言聯璧》의 다음 대목이 떠올랐다. 누구를 가리키는 말인지 다들 한번 생각해봤으면 한다. 하기야 당사자는 무슨 말인지조차 모를 것 같긴 하지만.
“미약구미호媚若九尾狐, 교여백설조巧如百舌鳥, 애재수차칠척지구哀在羞此七尺之軀! 포동삼족호暴同三足虎, 독비양두사毒比糧頭蛇, 석호괴이방촌지지惜乎壞爾方寸之地!”
“꼬리 아홉 달린 여우처럼 아첨하고 혓바닥이 백개인 새처럼 영악하니 슬프다. 이 7척의 몸뚱아리가! 포악하기가 발 셋 달린 호랑이 같고, 독하기가 머리 둘 달린 뱀 같으니 안타깝구나.  사방 한치 마음이 무너지니!”
그리고 또 하나, 이 자가 조폭과 양아치의 차이가 무엇인가를 아주 잘 보여주었다. 그 차이가 무엇인지는 독자들께서 헤아려 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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