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농단하고 악용하는 적폐 법조인들에게
법을 농단하고 악용하는 적폐 법조인들에게
  • 영광21
  • 승인 2020.11.05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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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마천의 편지 ⑨

미국의 유명 배우 톰 행크스와 덴젤 워싱턴이 주연한 1993년 영화 ‘필라델피아’를 보면 이런 대화가 나온다.
“어느 날 변호사 3,000명이 한꺼번에 물에 빠져 죽었다. 이게 뭐지?”
“좋은 세상!”
법을 다루는 사람들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냉소적인 인식을 잘 보여주는 풍자이자 조롱이었다. 지금 우리 상황이 딱 이렇다. 추잡한 정치에 심하게 오염된 변호사, 범죄조서를 서슴없이 조작하는 검찰, 말도 안 되는 영장집행과 판결을 밥 먹듯 하는 판사….  
모두 공정하고 공평하게 집행해야 한다는 법을 배운 자들이다. 이들이 적폐의 주범으로 스스로 커밍아웃을 하고 있고, 청산이 대상이 되었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공직자들만을 다룬 문장이 세 편이나 있다. <순리열전循吏列傳>, <유림열전儒林列傳>, <혹리열전酷吏列傳>이 그것이다. 옛날 공직자들은 법의 집행과 판결을 겸했기 때문에 이들이 곧 지금의 검찰이자 사법부였다(다만 변호사에 해당하는 벼슬이나 직업은 없었지만 이들이 필요에 따라 변호까지 담당했다). 
<순리열전>은 백성들을 위해 올바르게 공직생활을 한 좋은 공직자들의 기록이다. <혹리열전>은 권력자의 눈치를 보며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백성들을 가혹하게 착취한 공직자들의 기록이다. 
<유림열전>은 이도 저도 아닌 오로지 두 눈알만 굴리며 납작 엎드려 아무 일도 하지 않았던 복지부동한 공직자들의 기록인데 공교롭게 유학자들로 자처하는 자들이 대부분이어서 <유림열전>이란 이름을 붙였다는 분석도 있다. 

미 가운데 <혹리열전>에 등장하는 검찰과 사법을 겸한 일부 관리들의 행태는 지금 우리 현실, 특히 검찰과 사법부의 만행에 비춰볼 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장탕張湯이란 자는 “처리한 안건 중에서 만일 황제가 죄를 엄히 다스리고자 하는 뜻을 보이면 장탕은 그 안건을 냉혹한 감사監史에게 맡겨 엄중하게 집행하게 했고 만일 황제가 죄인을 석방시키자는 뜻을 보이면 장탕은 법을 가볍게 적용하고 공평무사하게 집행하는 감사로 하여금 처리하게 했다.”
왕온서王溫舒라는 자는 “성격은 아첨을 잘하여 권세가들에게 비위를 잘 맞췄고 권세가 없는 자는 노비처럼 대했다. 만일 권문이 있는 자들에게는 설령 그 죄가 산처럼 많이 쌓여 있어도 건드리지 않았다.”
특히 주양유周陽由라는 자는 “자기가 애호하는 사람은 만약에 죽을 죄를 지어도 법률을 멋대로 유권해석을 하여서 살려주고 그가 증오하는 사람은 법령을 왜곡시켜서라도 사형판결을 내렸다.” 

사마천은 이처럼 법조문을 교묘하게 악용하는 자들을 두고 ‘무문농법舞文弄法’이라 했다. “문장력을 놀려 법을 농단한다”는 뜻이다. 
관리들이 법률 지식을 악용하여 법을 자기 입맛이나 권력자의 구미에 맞게 조작함으로써 사사로운 이익을 챙기고 나아가 백성들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지적한 사자성어로 ‘무문왕법舞文枉法’, 또는 ‘무문농묵舞文弄墨’이라고도 한다.
우리 검찰과 사법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납득할 수 없는 기소와 판결들, 과거 정권과의 부당한 사법 거래들을 보노라면 사리사욕을 위해 법조문을 악용하고 ‘무문농법’을 서슴지 않았던 이 법관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에게 법조문은 약자를 살피고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권력과 이익을 지키기 위해 남을 해치는 흉기나 다름없었다.

법의 공평성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실현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다. 법을 시행하는 검찰과 법관 그리고 변호사들은 법조문 뒤에 숨어 저지르는 사악한 짓을 당장 멈추고 법과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성찰하길 바란다. 
법을 공부할 때 적어도 세상을 좀 좋은 쪽으로 바꾸려는 마음 정도는 갖고 있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 국민들은 최소한의 양심과 윤리의식마저 내팽개친 그대들에게 희망이 없다고 판단하고 맡겨 놓았던 권력을 회수하려 하고 있다. 2,500년전 춘추시대 정나라의 정치가 정자산鄭子産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배운 뒤(사람이 된 다음) 벼슬한다는 말은 들었어도, 벼슬한 다음 배운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김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