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기

감기 든 꽃송이들 내 곁에 와서
몸을 묻고 오한을 품는 것을 허락하고 돌아왔음으로
내가 신열로 머리를 눕히던 곳이
높고 깊은 수려한 하늘 턱 산자락은 아니었어라
어린 날의 논둑 길
엄니가 폴짝 넘던 물고랑 고무신 자국
오목한 그 자리에 번들거리는 송사리 눈알처럼
몸서리 쳤던 것을, 내 기억하고 있으니
와라 봄꽃들아
내 손 마디 피도는 양지라도
마다하지 않는 파리한 흔들림으로 왔음으로
오늘은 행복하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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