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조건과 만드는 사람의 정성이 중요하죠”
“자연조건과 만드는 사람의 정성이 중요하죠”
  • 박은정
  • 승인 2005.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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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의 문화예술인 99 - 소금 윤해철
오랜 전통과 맛 이어온 소금쟁이

소금이 바다의 상처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 소금이 바다의 아픔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 세상의 모든 식탁위에서 흰눈처럼 떨어져 내릴 때 그것이 바다의 눈물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 그 몸이 있어 이 세상의 모든 맛을 낸다는 것을….

천연 에너지를 이용해 소금을 석출해내는 염전을 천일(天日)염전이라고 한다. 염산면 송암리 선바위마을. 그곳에서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천일염을 만들고 있는 윤해철(49)씨.
끝이 안보이는 넓은 염전 그리고 소금이 하얗게 가득 쌓여져 있는 창고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버지가 황해도 옹진군 동남면에서 6·25 전쟁당시 홀로 월남해 염산에 자리를 잡으셨고 그때부터 염전을 시작했다”며 대를 이어 소금을 만들어 왔음을 밝히는 윤 씨는 5남2녀의 장남이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도와 소금을 만들며 어쩌면 평생동안 염전에서 생활한 윤 씨는 소금 만들기의 달인이 다 됐다.

인류가 바닷물로부터 소금을 얻은 것은 해안 바위의 파인 곳에 남아 있던 바닷물이 햇빛에 의해 증발해 농축된 것을 발견하면서부터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와 같이 염전은 태양열이나 바람의 힘 등 천연 에너지를 이용하여 소금을 얻는 지반을 말한다.

윤 씨는 “천일염전의 적지 요소는 토질, 기후, 해수, 지세, 지반의 상태, 교통 등이다”며 “다행이 우리염전은 칠산에서 불어오는 알맞은 바람 등 자연조건이 좋은 위치에 있어 맛있는 소금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전에는 시설이나 기술력 부족으로 노동과 시간이 많이 투자됐지만 요즘은 장비의 발달로 편리하게 소금을 생산하고 있다”며 “깨끗하고 맛있는 소금을 생산하기 위해 염전바닥에 옹기 타일을 깔아 미네랄 등을 보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씨가 혼신의 힘을 기울여 생산한 소금은 그 맛이 전국적으로 알려져 있으며 소비자들이 직접 방문하거나 택배를 이용해 구입해가고 있다.

소금은 해안 근처의 저수지 증발지 결정지의 3지를 큰 것에서부터 작은 것 순으로 단계적으로 배치해 저수지에 담은 바닷물을 증발지로 보내고 이곳에서 농축된 바닷물을 다시 결정지로 보내 석출하는 것이다. 천연 에너지를 이용해 소금을 석출하기 때문에 값이 비싸지는 않다.

요즘은 수입소금으로 인해 염전농가들이나 소비자들이 적잖은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dl다. 고향을 다녀가면서 소금을 사기 위해 방문한 서울의 단골 고객은 “다른 곳에서 생산된 소금을 먹어보았지만 이곳의 소금 맛이 더 좋아 많은 양은 아니지만 꾸준히 구입해가고 있다”며

“어떤 소금이냐에 따라 음식을 만들었을 때 그 맛을 좌우하고 똑같은 소금일지라도 각기 다른 맛을 내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소금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고 소금을 예찬했다.

한 씨는 2정 규모의 염전말고도 40,000평의 논농사와 2,000평의 밭농사를 짓고 있는 대농가이다. 그는 현재 마을 이장을 맡고 있으며 이 밖에도 마을의 크고 작은 직책을 맡아 주민과 지역을 돕고 있다.

사람의 혈액이 0.9%의 염분으로 구성돼 있는 것과 같이 소금은 공기와 물과 함께 사람의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물질이다. 어쩌면 물과 함께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소금. 이런 소금을 딱히 꼬집어 방법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만의 비결로 정성을 다해 생산하고 있는 한해철씨는 오랜 전통을 이어오는 소금쟁이가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