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와 질투에 눈 멀어 사람을 해치는 자에게 -  1
시기와 질투에 눈 멀어 사람을 해치는 자에게 -  1
  • 영광21
  • 승인 2020.12.2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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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의 편지 ⑮
믿었던 친구의 모함과 배신으로 앉은뱅이 불구가 된 손빈은 <br>​​​​​​​인간의 본질을 심각하게 통찰할 수 있었다. <br><br>
믿었던 친구의 모함과 배신으로 앉은뱅이 불구가 된 손빈은
인간의 본질을 심각하게 통찰할 수 있었다. 
 

사람을 해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무엇일까? 역사를 관통해 보면 놀랍게도 이 무기는 칼도 총도 아닌 시기와 질투였음을 발견하게 된다. 인간에게는 남을 부러워하고 때로는 시기하고 질투하는 감정이 본능으로 존재한다. 다만, 이성이라는 자기 통제력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 이것으로 남을 해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시기와 질투로 사람을 해치는 일이 결코 적지 않았다. 이성으로도 통제할 수 없을 만큼 시기와 질투의 힘이 강하기 때문이리라.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무고한 사람, 훌륭한 사람, 뛰어난 사람을 말과 글과 법으로 해치는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그 이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런 사람들에 대한 시기와 질투의 감정, 다른 말로 콤플렉스가 강하게 깔려 있다. 물론 그 목적은 이런 사람들을 거꾸러뜨려 자기 명성을 높이고, 나아가 부와 권력을 차지하고자 하는 탐욕의 충족이다.

이제 역사적으로 시기와 질투로 자신보다 뛰어난 동창을 해치려 했던 유명한 사례 하나를 통해 우리 사회에 곳곳에 존재하는 시기와 질투의 화신들의 정체를 간접적으로 투영해보려 한다.

지금으로부터 약2,400년 전 당대 최고의 스승 귀곡자(鬼谷子) 문하에서 함께 공부한 두 사람이 있었다. 손빈(孫臏)과 방연(龐涓)이었다. 손빈과 방연은 동문수학하며 형제처럼 지냈다. 하지만 방연은 늘 손빈에게 열등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손빈의 학업을 따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방연은 먼저 하산하여 위나라 혜왕을 찾아갔다. 당대 최고의 스승에게서 배운 방연의 실력은 탁월했다. 혜왕은 방연을 장군으로 삼았다. 이에 방연은 손빈을 불러 자기 일을 돕게 하려고 혜왕에게 손빈을 추천했다. 혜왕은 흔쾌히 승낙했고, 손빈도 하산하여 동문인 방연에게 몸을 의지했다. 손빈은 방연의 배려에 깊이 감사했다. 그러나 이는 손빈의 큰 착각이었다. 순진한 손빈은 방연의 속내를 전혀 몰랐다. 당초 손빈을 자기 가시권 안에 묶어두면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손빈에 대한 방연의 열등의식은 손빈이 가까이 있자 더 강해졌다.

결국 방연은 손빈을 해치기로 결심했다. 손빈이 자기 나라에 있는 친지에게 보낸 편지를 가로채서 내용을 조작한 다음 적국과 내통한다는 반역죄로 몰았다. 당시 위나라와 제나라는 각각 동서 양대 강국으로 라이벌 관계였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위나라 혜왕의 반응은 대단히 격할 수밖에 없었다. 혜왕은 즉각 손빈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그러자 방연이 나서 손빈을 옹호하고 나섰다. 물론 연기에 지나지 않았다. 방연은 손빈의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병법서와 병법에 대한 손빈의 탁월한 식견이 탐이 나서 일부러 손빈을 살려두려는 심산이었다. 방연은 손빈을 한껏 변호한 다음 무릎아래를 자르는 빈형(臏刑_에 먹물로 얼굴에 죄인임을 나타내는 글자는 새기는 경형(黥刑) 정도로 봐주자고 제안했다. 혜왕은 마지못해 받아들였다. 이렇게 해서 손빈은 영문도 모른 채 빈형을 당하여 앉은뱅이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러고도 손빈은 동창생 방연에게 감사해 했다. 극구 나서 자신을 변호하여 목숨을 구해준 은인으로 생각했다. 이는 손빈이 더는 세상에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게 하겠다는 방연의 치밀하게 계산된 막후 공작이었다.

손빈은 방연의 배려(?)로 거처를 얻어 병법 연구에 몰두했다. 방연에게 조금이나마 은혜를 갚는 길은 자신이 가장 잘 하는 병법서를 저술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연의 극악무도한 음모는 방연이 손빈을 감시하라고 보낸 하인에 의해 폭로되었다. 손빈의 인품에 반한 이 하인이 방연의 음모를 낱낱이 손빈에게 일러바친 것이다. 손빈은 믿었던 방연의 배신과 악독스러운 음모에 치를 떨었다. 죽음보다 더 지독한 고독 속에서 손빈은 이 지옥에서 탈출하기로 결심했다.

손빈은 마침 위나라에 사신으로 온 제나라 위왕의 측근 순우곤(淳于髡)과 연락한 다음 미치광이를 가장하여 방연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서 조국 위나라를 탈출하여 조국 제나라로 돌아왔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