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국가권력의 범죄에 소멸시효 있을 수 없다
칼럼 - 국가권력의 범죄에 소멸시효 있을 수 없다
  • 영광21
  • 승인 2005.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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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국가권력을 남용하여 국민의 인권과 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한 범죄, 그리고 이로 인해 인권을 침해당한 사람들의 배상과 보상에 대해서는 민ㆍ형사 시효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조정하는 법률도 만들어야 한다"고 하였다.

맞는 말이다. 말 때문에 가끔씩 곤혹을 치르는 대통령이지만 이번 경축사에서 언급한 내용은 박수를 쳐주고 싶을 만큼 지당하신 말씀(?)을 한 것이다.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위헌론을 내세워 계속해서 논란과 시비를 벌이고 있다. 위헌론을 주장하는 보수측의 논리는 '정의를 세우든 불의를 벌하든 헌법 안에서' 하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 말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보다 헌법의 가치가 우선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헌법이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법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인권을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서 헌법이 존재하는 것이지, 헌법의 가치를 보장하기 위해 인권이 유린되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흔히 '악법도 법이다'라는 법언을 앞세워 준법정신을 강조하지만, 이는 실정법만이 법이라고 주장하는 법실증주의의 입장에 불과하다. 그것에 대하여 인간이 정하는 실정법보다 한층 고차원의 평가규범으로서의 자연법의 존재를 주장하는 자연법론의 입장에서는 '악법(자연법에 반하는 실정법)은 법이 아니다'라고 본다.

법실증주의에 의하면 악법은 법이기는 하지만 '나쁜 법'이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무효로 하는 제도를 구체적으로 생각해내야 한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대두된다. 또 자연법론은 '악법은 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데,

현실적으로 적용하자면 임의의 법을 악법으로 보고 그 법에 복종하기를 거부하는 자유를 각 개인에게 부여하게 되면 통제하기 어려운 혼란이 생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실제문제로서는 결국 어떠한 사람이 어떠한 조건하에 법을 악법이라고 '유권적'으로 인정하게 해야 하는가 하는 현실제도의 문제가 생기게 된다.

어떤 입장에서 보든 이번 위헌에 관한 논란은 법이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가, 인간이 법을 위해 존재하는가의 문제로 봐야 한다. 정답은 당연히 법이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다. 그래서 국가권력을 남용해 국민의 인권과 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한 범죄는 잘못된 일이 분명하다.

또 국가권력이 행한 범죄에 대해 개인은 불가항력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가권력에 의한 범죄에는 소멸시효를 없애 언제든지 개인의 피해를 구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 위헌론의 근거가 되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 제13조 1항의 법률불소급의 원칙보다 앞선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명백히 규정되어 있다.

지금은 '헌법은 국민의 인권과 존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엄연한 헌법정신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할 때이다. 그리하여 국가권력으로 인한 개인의 피해를 소멸시효에 얽매이지 않고 철저히 구제해야 옳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