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는 ‘미스홍’
담배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는 ‘미스홍’
  • 박은정
  • 승인 2005.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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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을 일구는 여성홍미화 광주엽연초조합생산협동조합 영광군지부
봄부터 시작된 담배농사가 수확을 마치고 농민들의 땀방울의 결실인 수매가 이뤄지고 있는 광주엽연초생산협동조합 영광지부. 그곳에 홍미화(27)소장의 얼굴이 어여쁘게 들어온다.

“홍 소장 우리 담배 등급 좀 잘 맞게 해 주소”라며 웃음을 지어 보이는 농민들의 순박한 당부에 홍 소장은 출장 나온 담배인삼공사 감별사에게 농민의 입장을 최대한 설명해주며 이해를 돕고 있다.

고창 대산이 고향인 홍미화 소장은 전북대 농화학과를 졸업했으며 지난 2002년 공채로 입사해 3년째 근무하고 있다. 그는 전국 30개 조합 300여명의 연초경작지도사 중 5명밖에 안 되는 여성 연초경작지도사 중에 한사람이다. 그것도 최연소에 미혼여자소장이다.

“장성으로 첫 발령을 받아 1년6개월 동안 근무하다 지난해 7월 영광으로와 근무하고 있다”는 홍 소장은 영광 대마 묘량 109ha 288명의 담배농가들을 담당해 파종에서부터 수매까지 담배농사에 관한 모든 것을 지도하고 있다.

홍 소장은 “농가들을 처음 만날 때는 ‘여자 소장’ ‘아가씨 소장’이란 의아하고 의심스런 선입견으로 농민들이 불안해했지만 지금은 전혀 불편함 없이 농가들을 지도해나가고 있다”며 “농촌지도사를 꿈꾸다 선택한 직업이지만 희소성이 높은 여성지도사라는 점과 경작인들에게 양질의 잎담배 생산을 유도해 경제적인 도움을 줄 때가 가장 큰 보람이다”고 강한 자부심을 밝혔다.

그는 또 “입사한지 얼마 안 돼, 판단 실수로 인한 지도로 고생해 지어 놓은 담배농사를 망쳤을 때의 당황스러움과 죄송함의 호된 신고식은 지금 생각해도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며 “하지만 나무람보다는 오히려 더 미안해하는 어르신들의 따뜻한 인정이 높은 책임감으로 일터를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했다”고 아찔했던 초보 지도사시절을 소개했다.

이렇게 좌충우돌하고 동분서주하며 시작된 지도사 생활도 이젠 그 자리를 확고히 지키고 있다. 수매현장을 방문한 광주엽연초조합생산협동조합 조용제 전무이사는 “홍 소장은 부모를 대하듯 농민들을 혼신을 다해 만나고 그들과 협력해 1년 담배농사를 함께 책임지고 있다”고 그를 평가했다.

농민들의 딸처럼 때론 귀엽고 때론 당찬 ‘아가씨 소장’인 그가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크리스마스날 결혼을 앞두고 설레임에 가득 차 있다. “어머니 아버지들이 가는 곳마다 대접을 잘해 주셔서 몸 관리가 안돼요”라는 예비신부의 수줍은 푸념 뒤에 넉넉한 농심이 전해진다. 아줌마 소장이 돼서도 농민들을 향해 힘차게 달려갈 그의 모습에 기대가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