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대통령의 발언 때문에 급기야 많은 국민들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분노와 환멸을 노골적으로 표출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대통령이라고 해서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대통령이란 자리는 국민들을 정치적으로 대표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말을 아끼고 가릴 줄 알아야 한다. 대통령의 말이 사회 전체에 끼치는 파급효과를 생각한다면 당연히 말을 아껴야 한다.
대통령이 하는 말은 말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정치적 실천인 까닭에 더욱 말을 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이른바 '대연정론'이다.
대연정이란 모든 정당이 힘을 모으자는 것이다. 정당의 차이를 넘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하자는 큰 목표에 매진하자는 것이다. 일견 그럴 듯한 논리로 비치지만 근본과 원칙을 무시한 국민에 대한 배신을 자행한 것이다.
자신의 낮은 지지율로는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대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 국민들을 설득하려고 한다.
그러면서 지지율이 이렇게 떨어지게 된 것이 마치 국민들의 탓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한다. 국민들은 우리 정치의 최대 장애물이던 '발목잡기 정치'를 극복하라고 열린우리당을 최대정당으로 만들어준 장본인이다. 국민들의 이런 선택과 열망을 한 몸에 받았던 사람의 입에서 기껏 나온 말이 대연정이라니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주의를 타파하지 않고는 한국 정치의 발전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전적으로 올바른 주장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대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주장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권력을 통째로 내놓겠다거나 사임하겠다는 식의 극언까지도 했다.
대통령이란 자리가 국민이 선출한 국가기구라는 사실을 망각한 처사라고 본다. 국민들이 대통령이란 자리에 노무현이란 인간을 선택하고 힘을 실어준 것은 잘못된 정치를 개혁하라고 한 것이지 힘들면 권력을 아무렇게나 팽개치라고 한 것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의 직분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한 묘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가장 큰 잘못은 지지자들이 등을 돌릴 수밖에 없도록 여태껏 알맹이가 없는 정치를 하였다는 점에 있다. 문제는 낮은 지지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낮은 지지율에 머물도록 만든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있다.
자신들의 무능을 솔직하게 인정할 수 있을 때 희망이 있는 것이다. 비판을 통해 개선의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통렬한 자기 반성이지 연정을 통한 정국주도가 아니다.
현행 선거구제가 지역주의를 극복하기에 어려운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 잘 알고 있다. 선거구제에 문제가 있다면 선거구제의 문제로 다루어져 정당지지율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고, 직능대표를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지 대연정이란 엉뚱한 발상에서 해법을 찾으려고 해서는 안될 것이다.
저작권자 © 영광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