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대통령상 수상한 영광농협 정길수 조합장
인터뷰 - 대통령상 수상한 영광농협 정길수 조합장
  • 영광21
  • 승인 2021.08.1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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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생산 농업물 수취가격·판매비율 높이는게 농협 역할”
1977년 농협과 인연 지역농협 산증인 … 전무 시절 경영 정상화 위한 고통분담으로 건실 농협 발판 마련

영광농협 정길수 조합장이 농협 창립 60주년(8월15일)을 맞아 농협발전과 농업인 소득향상을 위한 노력을 인정받아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코로나19 진정 후로 연기됐다. 
1977년 농협에 입사해 전무, 상임이사, 조합장을 역임하는 등 42년 동안 근무한 정길수 조합장은 반평생이 넘도록 농업, 농촌에 헌신하며 42년이라는 세월이 말해주듯 지역농협 역사의 산증인이다.
1990년대 후반 RPC 대형 쌀 사고 수습과 부실대출 정리를 통해 경영 정상화에 노력하며 각종 농산물 계약재배 틀을 정착시킴은 물론 12년 동안 특별상여금 미지급, 호봉 동결, 본인 연봉 동결 등 임직원이 솔선 동참해 마련한 재원으로 농산물 가격지지 기금을 조성하는 등 농업인 소득증대에 힘써왔다.
정길수 조합장은 “이번 상은 조합원과 임직원이 노력한 결과로 생각하고 앞으로도 농업인의 어려움을 함께 풀어가는 농협으로 정착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맑혔다.
농업·농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고 농업, 농촌, 농협밖에 모른다는 세평을 받으며 대통령상 수상을 통해 개인은 물론 영광농협 위상을 한단계 성장시키는 계기가 된 정길수 조합장으로부터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 보았다                                

 / 편집자 주

농협과 농촌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해 의미가 남다를 듯 싶습니다. 소감을 밝히신다면
올해는 농협이 창립한지 60주년이 되는 해이고 우리 영광농협은 리단위에서 합병돼 영광농협으로 출범한지 50년이 되는 해입니다. 사실 농협이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농협 본연의 역할을 다했다고는 말할 수 없는 입장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게 된 것은 제가 잘 했다기 보다 조금 더 노력했다고 평가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됩니다. 또 어느 조직이나 혼자의 결과가 아니라 구성원 모두의 결과물이라 이 자리를 통해 조합원님과 임직원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농협 출신으로 12년 동안 상임이사까지 맡고, 조합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돼 직을 수행하시는데 농협과 어떻게 연을 맺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철없고 속없던 시절 서울에서 운동한다고 하고 있다가 부모님의 성화로 잠시 집에 와 있는 동안 새마을 지도자직을 맡았습니다. 당시 새마을 지도자 연수원을 전국 최연소로 입교해 전국의 고위 공직자와 내노라하는 지도자님들과 2주간의 교육을 받는 동안 저 자신에 대해 많은 반성을 했습니다. 
교육 후 마침 농협 입사시험이 있어 농협과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새마을 지도자 연수원 교수진이 전부 농협 간부들이였습니다. 그것도 다 인연인 것 같습니다.

직원과 상임이사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업무를 회상하신다면 무엇이 있습니까?
77년 입사 후 상당기간이 흘러갈 때까지 농협의 경영상태가 어려웠고 정부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다보면 농협이 농민들 피 빨아 먹는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잘못하니 지탄을 받아야 하겠지만 그 당시는 너무한다는 생각에 퇴사를 여러번 고민도 했었습니다.
그후 많은 시간이 흘러 영광농협에서 전무로 살림살이를 전담할 당시 IMF여파로 인한 부실대출금이 100억원 넘게 발생됐습니다. 그때부터 고참 직원들의 동의를 얻어 호봉동결, 학자금 삭감, 특별상여금 미지급, 임금피크제 도입 등 원성도 많이 들었지만 전국의 많은 농협들이 우리 사례를 배워갔습니다.
상임이사 재임시 12년간 연봉 인상 없이 그대로 유지하면서 직원들과 고통분담을 같이 했었기에 청사 신축, 유통시설 확충, 농산물 가격하락 대비를 위한 농업발전기금을 매년 5억원씩 적립하는 등 오늘의 영광농협이 있기까지 큰 보람으로 남습니다.

현재 영광농협 내지 지역 농협의 현안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농협이 해야 할 역할이 많이 있지만 누가 뭐라 해도 농협은 조합원의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생산한 농산물의 유통을 원활히 해 농가수취 가격을 올리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동안 우리는 근본 목적을 외면하다시피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중앙회와 도시농협은 신용사업에 치중해 경영여건이 좋아진 만큼 소비지 농협의 역할인 농산물 판매역량을 늘려 도시에서 농협의 농산물 취급 역량을 최소한 60% 이상 감당을 했어야 하지만 현재 20% 이내 거래를 담당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보니 농촌소재 농협들이 애써 계약재배하고 수매한 농산물을 계통농협에 판매하는 비율은 10% 선에 그치는 상황입니다. 
이런 문제 해결 없이 농협이 다른 것을 다 잘한다 해도 농협의 역할을 잘한다는 평은 받을 수 없습니다. 이런 문제를 발 벗고 나서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지역 농업과 농협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있는 사안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선진국일수록 농업분야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많습니다. 
더 이상 농업과 농촌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그 피해는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큰 부담이 되어가는 것을 우리는 영국 등의 사례로 충분히 보아 왔습니다. 또 미국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쿠즈네츠 교수는 “후진국이 공업화를 통해 중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지만 농업과 농촌의 발전 없이 선진국으로 될 수 없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되새겨 봐야 합니다. 향후 뜻이 맞는 분들과 합심해 정부의 제도를 바꾸고 농협의 역할을 제대로 하도록 해야 하지만 주변의 생각들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좋은 것이 좋다는 풍토가 팽배해 있는 상황에서 경영체이면서 운동체인 농협의 특성을 살리는 일이 가장 큰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다가 우리 농협의 주축을 이루는 조합원들 대다수가 65세 이상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죽어라 고생 하시면서 살아오신 분들한테 장래 ‘이것이 좋으니 이것 한번 해봅시다’ 할 수 없는 일 아닙니까! 그래서 원로 조합원님들은 현 상황에서 인간적인 위로를 드리는 한편 비록 수는 적지만 젊은 농업인들과 실질적인 소득이 되는 방향으로 지자체와 합심해 소득 작목을 지원하고 발굴하는 방향으로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