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그리우면 정원을 가꿔야 한다”
“사람이 그리우면 정원을 가꿔야 한다”
  • 영광21
  • 승인 2021.08.26 11: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거기에 정원이 있었네, 풍경의 발견 펴낸 송태갑 박사

 

“정원에서는 눈으로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어떤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 훨씬 중요해요. 정원은 우리 삶터의 축소판이자 실험실이거든요. 정원은 들여다보고 이야기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제가 오늘도 정원을 찾아 나서는 이유입니다.”
<오솔길을 비추는 햇살처럼 그윽한 정원 이야기-거기에 정원이 있었네>를 펴낸 송태갑(광주전남연구원) 박사의 말이다. 모두 392쪽 분량의 책은 담양에서 해남까지 남도의 자연과 사람을 그리고 있다. 세월을 품은 땅과 그곳에 뿌리내리며 가꿔 온 이들의 보이지 않는 풍경을 이야기한다.

 숲쟁이에 서린 법성포 사람들의 희로애락
저자가 안내하는 숲과 정원여행은 담양 죽녹원에서 시작한다. 죽녹원은 과거와 현재·미래가 균형 잡힌 담양이 쇠퇴해 가는 지역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만든 대밭이다. 한해 수백만명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효자상품이자 휴식과 치유의 장소다. 
담양에는 선인들 삶의 향기가 그윽한 누정이 많다. 저자는 그 가운데서 연계정과 모현관을 소개했다. ‘미암일기’의 주인공인 유희춘과 조선의 로맨티스트 송덕봉의 재치 넘치는 편지 배틀을 통해 여유와 해학을 엿본다.
정원 산책은 국가정원 제1호 순천만정원으로 이어진다. 세계 정원 디자이너의 작품이 정원 속의 정원으로 안내한다. 꽃, 숲, 차 향기에 이끌리고 물과 바람·새소리에 취하는 선암사에서는 근심과 욕심이 절로 놓여진다.
여행은 숲과 물과 돌이 많은 화순으로 넘어간다. 유마사의 절경이 저자가 들려주는 설화와 어우러져 흥미를 더한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우리나라 최대 고인돌 유적지인 화순 고인돌정원과 운주사도 소개한다.
구례에선 지리산에 기대고 섬진강을 품은 오미마을과 만난다. 오미마을은 그 자체가 생태정원이다. 운조루와 곡전재에는 대대로 내려온 집주인의 정원을 가꾸는 감각과 어려운 이웃에 베푼 배려와 인심이 서려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더 유명해진 쌍산재는 대숲을 지나 만나는 비밀정원이 매력을 더한다. 
영광에서는 법성진 숲쟁이를 소개한다. 숲에 서린 법성포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정겹고 정원 이름의 어원도 재미를 더한다. 
“남도는 그 자체가 거대한 정원입니다. 남도의 풍경은 무엇이든 창작하지 않고는 못 견디게 만들어요. 그것이 만들어낸 공간을 이야기하고, 그윽한 남도의 정경을 담았습니다.”
 

 

지역 정체성 담고 있는 자연과 전통
송태갑은 최근 <지혜와 위로를 주는-풍경의 발견>, <정원, 삶의 일부가 되다-정원을 거닐며 삶을 배우며>도 펴냈다. 
<풍경의 발견>은 선인들에게 은신처이자 위로와 용기를 준 옛 정원을 소개하고 있다. 
소쇄원, 부용동정원, 백운동정원을 비롯 독수정, 명옥헌, 화순적벽, 운림산방 등 남도의 멋과 풍류를 간직한 원림 27곳이 담겨 있다.
“옛 정원에 우리가 찾던 소소한 삶의 질문에 대한 답이 있다”며 ‘풍경’에 귀 기울이기를 제안한 저자는 누정과 주인에 얽힌 일화, 풍경을 이해하는 감상법에서부터 소나무, 배롱나무, 버드나무 등 한국인이 사랑하는 나무 이야기까지 들려준다. 
“남도는 산과 들, 강과 바다 등 자연풍광 자체가 거대한 정원입니다. 해안과 갯벌, 다도해, 지리산 야생화, 영산강변 황금 들녘, 섬진강변 물안개를 보노라면 경외심이 절로 들어요. 이런 풍광이 옛 문인과 예술가들을 불러들였겠죠.”
<정원을 거닐며 삶을 배우며>는 저자가 세계의 정원을 둘러보며 삶을 풀어가는 실마리를 찾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미국의 아미시에서 낙원을 꿈꾸는 이들의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소개하며 정원여행을 시작한다. 시간이 멈춘 듯한 자연정원, 전통과 현대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인공정원 등 미국과 유럽, 아시아에 걸쳐 아름다운 정원을 이야기한다.
영국에서는 영국적인 풍경과 전통을 간직한 정원과 공원을 소개한다. 가장 살고 싶은 마을 1위로 꼽힐 만큼 전원풍경이 아름다운 버턴 온 더 워터가 눈에 띈다.

저자가 남도의 경관에 푹 빠져 사는 이유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금각사와 은각사의 전통정원을 소개한다. 도시재생으로 활력을 되찾은 구로카베, 고집스럽게 마을정원을 지켜내고 있는 츠마고 자연과 전통이 어우러져 정원마을로 거듭난 시라카와고를 둘러본다. 정원도시를 꿈꾸는 싱가포르에서는 정원문화를 선도하는 보타닉 가든, 상상이 현실이 된 미래정원 가든스 바이 더 베이를 둘러보며 자연과 과학, 예술이 융합해 발휘하는 잠재력을 이야기한다.
정원 하면 빠질 수 없는 프랑스에서는 고흐가 마지막 예술혼을 불태웠던 오베르 쉬르 우와즈에서 정원이 주었던 흥미와 위로, 삶의 활력을 전한다. 모네 예술의 원천이자 창작 실험실인 지베르니 모네의 정원에서는 모네의 작품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펼쳐진 풍경과 모네의 정원 사랑을 전한다.
“자연과 전통에 주목합니다. 자연과 전통이 지역의 정체성을 담고 있고 시간과 시간을 연결해 주는 핵심요소이거든요. 지역자원으로서의 가치나 활용성도 무궁무진하고요.”
저자 송태갑은 조경학을 전공했다. 일본 치바대학교 박사과정에서 도시 디자인과 정원을 연구했다. 미국 델라웨어 주립대학 방문연구원 과정에선 도시경관 연구를 수행했다. 
/ 전남새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