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족의 명절인 추석은 가을의 한가운데라는 뜻에서 중추절이라고도 하고, 큰 명절이라는 뜻에서 한가위라고도 부르는데 그 어원은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이다. 그만큼 우리 민족과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명절이다.
우리 민족에게 추석은 우선 귀향이다. 우리에게 언제나 살아갈 힘을 제공하는 원천인 고향을 찾아가기 때문이다. 물질문명이 판을 치는 분주한 도회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어디엔가 찾아갈 곳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분명히 넓고 깊은 위안이 된다.
항상 넉넉한 마음으로 우리를 맞으면서도 구태여 그 대가를 바라지 않는 곳이 바로 고향이다. 물론 지금은 많이 퇴색되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정이 넘치는 곳이 고향이란 것은 사실이다.
고향을 떠나 고달픈 삶을 살다가 추석을 맞아 고향을 찾은 귀성객들에게 고향에 사는 사람들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아파트의 면적이나 승용차의 배기량으로 상대를 평가하지 않는 일일 것이다. 도시의 각박한 인심에 오염된 그들이 비록 '빈 손'이더라도 고향의 부모와 형제와 친지와의 반가운 재회를 할 수 있도록 넉넉한 가슴으로 맞이하여야 할 일이다.
다음으로 우리 민족에게 추석은 결실이다. 봄에 씨를 뿌리고, 여름의 뜨거운 땡볕 아래 쏟은 수고와 인내의 결실들이 가을의 중간인 추석에 전부 나타난다고 하겠다. 서양의 추수감사절과 비슷한 성격을 띤 우리의 추석은 서양인들이 도저히 흉내 내지 못하는 숭고한 뜻이 담겨 있다.
민족대이동을 동반하는 우리의 추석은 수확의 고마움을 조상에게 전하고 그 기쁨을 이웃과 함께 한다는 깊은 뜻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를 주면 반드시 하나 이상을 돌려주는 흙과 노동에 대해서 결실의 대명사인 추석을 맞아 깊은 경외감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추석은 대비를 의미한다. 이제 곧 닥칠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한 대비를 위해 충실한 추수를 해야 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풍성한 가을이 지나고 나면 어김없이 겨울이 오기 마련이다. 어느 것도 쉽게 얻을 수 없는 겨울을 슬기롭게 극복하려면 추석을 잘 넘겨야 한다.
최근에는 여기에 덧붙여서 추석은 화해를 나타낸다. 추석을 기해서 한국전쟁으로 헤어진 이산가족들이 만나는 기회가 쉽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 한국전쟁이 끝난 지도 어언 50여년이 넘었건만 헤어진 가족들이 마음 놓고 만날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추석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그리는 마음을 이해하게 되어 이념을 뛰어넘어 평소보다는 넓은 아량을 가지고 이산가족의 재회를 지켜본다.
이러한 추석을 기쁘고 경건한 마음으로 맞이하려고 애를 쓰는데도 쉽지가 않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여건이 여유를 갖는 사치를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가 그렇고, 경제가 그렇다. 가슴만 답답하게 하는 정치인들의 행태에 불만만 늘어나고, 날로 쪼들리는 경제 사정으로 인하여 한숨만 늘어난다.
제발 부탁하건데 정치인들이여! 모든 사람들이 명절을 맞아서 마음이 개운하고, 생활이 풍요로울 수 있도록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주길 새삼 당부한다.
박찬석본지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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