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 철모르고 뛰놀던 8살짜리 꼬마아이는 어느덧 반백이 넘어섰다. 30대 중반의 아주머니도 세월의 강을 건너 어느덧 70세를 넘는 어르신이 돼 있었다. 불과 100여일도 채 되지 않았던 시간의 강은 강산이 4번 넘게 변한 44년이라는 세월이 그저 무심하게만 다가왔다.
지난 20일 오후 영광경찰서 4층 태청마루는 1978년 10월 어릴 적 헤어져 44년만에 극적으로 상봉한 어머니와 아들의 모습에 주변인들을 눈물로 가득 채우게 했다.
두 사람의 안타까운 사연은 당시 집안 형편이 어려운 사정으로 인해 아들 유모(53세)씨가 서울 성동구 왕십리의 고모집에 맡겨져 2달가량 거주하다 엄마를 찾기 위해 집을 나간 후 실종되면서 기나긴 이별이 시작됐다.
실종 당시 소식을 접한 어머니 이모(71세)씨는 왕십리 파출소에 실종신고했지만 찾았다는 소식을 듣지 못하고 이후 아들을 찾기 위해 서울 일대를 백방으로 수소문하며 계속 찾아 나섰지만 끝내 허사로 찾지 못했다.
8년전 서울에서 영광으로 내려와 생활하던 어머니 이씨는 TV를 통해 오래전 헤어진 가족을 찾아주는 방송을 보게 된 후 죽기 전에 잃어버린 아들을 한번만이라도 만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더더욱 들었다. 결국 지난해 11월초 영광경찰서 여성청소년과의 문을 두드리게 된것이다.
경찰에서도 초기 44년전 실종돼 생사확인 조차 불투명한 것으로 파악했다. 실종 아들 명의로 주민등록초본을 조회했지만 주민등록지였던 서울 관악구 주소지는 거주불명자로 직권말소된 상태였다. 경찰은 마지막 희망의 끈으로 어머니의 유전자를 채취해 실종아동 전문센터에 대조를 의뢰하고, 서울 성동경찰서에도 공조를 요청했다.
찾아 헤매던 아들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한 가운데 경찰은 드디어 지난해 12월13일 실종아동 전문센터에서 어머니와의 유전자 대조 결과 관리중인 장기실종아동의 유전자중 상당히 일치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소식을 접한 경찰은 정확한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친자확인을 요청하며 결국 1월11일 실종아동 전문센터에서 실종아동과 유전자가 일치해 친자관계에 해당한다는 결과를 통보받게 됐다. 44년이라는 시간이 실종자 재신고한 지 채 100여일도 지나지 않아 극적인 상봉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초기 아들 유씨의 행방이 묘연했던 것도 실종이후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나이 등이 변경된 원인이 컷던 것으로 확인됐다. 천우신조인지 유씨의 유전자가 2004년 복지센터 거주 당시 거주자의 유전자를 일괄 채취해 보관해뒀던 것이 실종자 확인에 큰 도움이 됐다는 후문이다.
어머니 이씨는 “44년간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을 마음속에 품고 매일 가슴 아프게 살아왔다”며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게 해준 경찰관들은 평생 은인”이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한편 이 같은 장기실종자 사건의 해결사는 경찰에 입경한 지 2년도 안된 ‘초짜(?)’ 순경의 상담부터 유전자 채취 등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주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영광경찰서가 첫 부임지이기도 한 김도혜 순경은 “상봉 당시 어머니가 흘리시던 뜨거운 눈물에서 아드님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며 “경찰로서 발걸음을 뗀지 얼마 안됐지만 앞으로 제 남은 경찰 생활에서 가장 뜻깊고 마지막까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