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가 어느 때보다 소중함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시기에 영광에 큰 손님들이 소리 소문 없이 다녀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민간인들의 피해 참상들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전쟁의 쓰라린 경험을 간직한 우리에게 아픈 상처로 떠올리게 하는 가운데 서로의 울타리를 넘어선 종교계의 영광 순례가 진행됐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지도자들이 1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신안군 흑산면 무심사지를 시작으로 호남지역의 이웃종교 성지 순례길에 나서며 지난 3일 불갑사와 백제불교최초도래지 그리고 원불교 영산성지를 차례로 방문했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는 천주교, 불교, 개신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민족종교 등 7개 종단 지도자들이 종교간의 화합과 세대간 갈등 극복, 올바른 가치관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해 나감으로써 민족의 염원인 통일 달성하기 위해 1997년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불갑사에 도착한 종교 지도자들은 노랑색의 단체복을 입고 늘어선 모습들이 마치 노랑상사화가 나란히 피어있는 듯한 신도들의 환영을 받았다. 종교 지도자들이 대웅전에서 합장 삼배의 예를 갖춘 순간 주변은 고요해지면서 ‘진리는 하나’라는 거룩한 말씀을 행동으로 보는듯 했다.
순례단은 주지 만당스님으로부터 1,600여년전 마라난타 존자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남한에서 가장 오래된 불갑사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이후 설선당에서 차담을 나누고 성보박물관을 둘러본 후 백제불교최초도래지인 마라난타사로 발길을 향했다.
동국대 학술고증을 통해 백제시대에 최초로 불교가 전해졌음을 기리고자 조성된 마라난타사를 둘러본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는 “단순히 불교적인 측면에서만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옛 민족의 문화와 역사”라고 언급했다.

이후 대표단은 순례 마지막 성지인 원불교 영산성지로 향했다. 소태산 대종사의 생가터를 비롯해 기도터와 입정터, 원불교 성직자를 양성하는 영산선학대학 등을 둘러보았다.
종지협의 의장인 원행스님은 “원불교의 발흥지인 이곳 지역민들의 종교적 자부심이 크겠다”는 언급에 원불교 나상호 교정원장은 “남북평화와 세계평화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한마음 한뜻으로 구현하자”고 바람을 전했다.
또한 “종교 지도자들이 이곳 성지를 방문함으로써 큰 힘이 되고 원불교가 이 사회에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될것 같다”고 말했다.
종지협은 해마다 이웃종교 성지를 함께 순례하고 있다.
이번 순례길에는 종지협 의장인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포함해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 개신교 김현성 대표, 유교 송진우 관장, 원불교 나상호 교정원장 등 6개 종단 대표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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