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풍요로움과 넉넉한 인심이 가득한 곳
자연의 풍요로움과 넉넉한 인심이 가득한 곳
  • 영광21
  • 승인 2005.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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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탐방 ④ 막해경로당<묘량>
부지깽이도 덤벙인다는 가을이다. 도로변 찬바람에 넘실대는 코스모스가 열다섯 소녀들의 웃음소리처럼 가을 햇살에 부서지고, 푸른 하늘을 헤엄치는 참새떼의 기름진 뱃살이 무겁다. 이렇게 가을빛이 완연한 넓은 들에 21가구가 옹기종기 이마를 맞대고 있는 묘량면 막해리에 위치한 막해경로당(회장 홍석희·72).

많지 않은 가구수로 인해 인근의 덕동, 흥곡마을과 함께 이용하고 있는 막해경로당은 건물부터가 가정집 냄새가 물씬 풍긴다. 남녀 각각 방 한칸씩과 거실 그리고 주방을 가진 건물은 2003년말 군 지원금에 주민들이 거출한 자금으로 준공됐다.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경로당 건물이 완성되자 당장 필요한 전자제품과 주방용품은 주민들이 각자 형편에 맞게 마련했다. 각지에서 접수된 찬조금은 통장에 입금하고 가능한 주민들 자체적으로 해결해 나갔으며 객지에 나가 있는 자녀들과 출향민들이 발벗고 나서 주었다.

이렇듯 주민들의 애정어린 관심속에 마련된 경로당은 마땅히 쉴 곳이 없었던 주민들에게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농번기 땐 고된 농사일을 접고 잠깐씩 숨을 돌릴 수 있는 쉼터 역할을, 농한기 땐 마땅히 소일거리가 없는 주민들이 함께 식사도 하고 담소도 즐기며 어울릴 수 있는 장소로 제공된다.

마을에 제사나 결혼식 등 행사가 있을 때는 음식을 경로당으로 내다가 잔치를 벌리고 있다. 여름 휴가철이나 가족 행사가 있어 손님이 많이 올 땐 경로당이 임시 숙소로 제공되기도 한다고. 30여명의 회원이 딱히 정해진 회비도 없이 지금껏 유지돼 가고 있는 것도 모두 함께 나누는 마음이 있어 가능하지 않았을까.

주민 대부분이 벼와 고추농사를 지어 왔지만 화훼와 축산에도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또한 이곳은 땅이 기름져 생산되는 농산물의 품질이 좋을 뿐 아니라 가구마다 넓은 경작지를 소유하고 있어 비교적 넉넉한 생활을 하고 있다.

모내기가 끝나는 봄, 바쁜 중에도 잠깐 짬을 내서 다녀오는 화전놀이는 주민 모두가 기다리는 연례 행사이기도 하다. 회비는 물론 마땅히 정기적인 모임조차도 정해 놓지 않은 자유스러운 공동체이지만 마을 공동의 일이 있어 처리해야 할 땐 질서있게 제 역할들을 감당하고 있다.

주민들이 평생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와 순박하고 정이 많다는 홍석희 회장은 “크고 작은 행사 때마다 잊지 않고 챙겨 주는 분들이 있어서 경로당 운영에 큰 어려움은 없지만 1년에 한번씩 하는 정화조 청소비용과 고된 농사일로 피로에 지친 주민들이 간단히 몸을 풀 수 있는 운동기구가 아쉽다”고 주민들을 챙기는 마음을 밝혔다.

자연의 풍요로움이 이들에게 동화된 것인지, 이들의 넉넉함을 자연이 훔친 것인지 어르신들이 큰솥에 삶아 낸 잔치 국수의 배부름이 소인의 마음까지 차고 넘친다.
이순이 객원기자 si253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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