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친정간 사이 문 잠그고 먹는 전어 제철
며느리 친정간 사이 문 잠그고 먹는 전어 제철
  • 영광21
  • 승인 2005.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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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장 소변기능 도와·성인병예방 … 장노년층 소화기능 탁월
이달의 수산물 - 전어 이야기 - 전어(Konosirus punctatus)에 얽힌 속담 몇 가지를 보면 '가을 전어 머리엔 깨가 서말',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 돌아온다', '봄 도다리, 가을엔 전어', '가을 전어는 며느리 친정 간 사이 문을 걸어 잠그고 먹는다' 등등 전어를 예찬하고 있다. 이 속담들에 대해 굳이 설명은 필요 없겠지만 위 표현들은 예부터 우리 선조들이 가을철 전어가 너무도 맛있어 풍자를 섞어가면서 감칠맛 나게 표현한 것으로 생각된다. / 편집자 주

'전어'라는 이름의 재미있는 유래는 몇 가지가 있다. 조선시대 예조판서를 지낸 서유구가 저술한 <임원경제지>에는 '전어는 기름이 많고 맛이 좋아 상인들이 염장을 해서 서울에 파는데 귀족과 천민을 가리지 않고 모두 좋아했으며 사는 사람들이 돈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전어(錢魚)라고 했다'고 기록돼 있으며,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큰놈은 한자 정도로 몸이 높고 좁으며 검푸르다. 기름이 많고 달콤하다. 흑산에도 간혹 나타나며 그 맛이 육지 가까운데 것만은 못하다'고 기록돼 있다.

일본에서는 전어를 고노시로( )라고 하는데, 옛날 영주(領主)의 첩으로 딸을 주게 된 사람이 관속에 전어를 넣어 화장하고 딸이 죽은 것처럼 위장해 어려움을 면했다는 이야기에서 '자식 대신'이란 뜻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또 옛날 무사가 절복(切腹)에 사용했다 해 복절어(腹切魚)라고도 한다. 일본에서는 제사나 축제때에 반드시 전어를 상에 올리는 귀한 고기로 대우받고 있음을 알 수 있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전어가 소변기능을 돕고 위를 보호하며 장을 깨끗하게 하며,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므로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다. 특히 이뇨작용을 도와주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아침 기상때 사지와 온 몸이 잘 붓고, 팔다리가 무거우며 소화가 잘되지 않는 50대 이후 장·노년층에게 가장 좋은 약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전어는 전어과에 속하는 물고기로서 체장이 20∼30㎝로 큰 것도 있지만 보통 10∼20㎝ 정도이다. 등지느러미의 끝 부분이 긴 실 모양으로 안테나처럼 뻗어있으며 등쪽은 검푸른 색이고, 배쪽은 은백색으로 윤기가 나고 중앙부에서 등 쪽으로 갈색의 반점으로 된 세로줄이 여러 줄 있다.

전어의 생활사는 3∼6월의 봄에 산란해 여름철 내내 각종 플랑크톤과 유기물 등을 먹고 성장해 가을철이면 몸길이 20㎝ 정도로 자란다. 이 때가 1년 중 지방질이 가장 많아지며 뼈가 부드러워지고, 지방성분이 봄, 겨울보다 최고 3배나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져 이로 인한 고소한 맛 때문에 '가을 전어 머리엔 깨가 서말'이라는 속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전어의 습성은 담수가 바다로 유입되는 연안에서 산란하기 때문에 여름동안 넓은 바다에서 자라서 성어가 되면 자기가 태어났던 연안으로 되돌아온다. 그렇기 때문에 전어를 잡은 후에는 해수와 담수를 반반씩 섞은 수조에 넣어 보관하거나 수송하면 치사율이 그만큼 떨어진다. 그렇지만 전어는 성질이 급하기 때문에 이렇게 해도 하루 이상 살려 놓기가 쉽지 않은 어종이다.

전어를 어획하는 방법은 전어의 습성상 밑으로 도망가지 않는 성질을 이용하도록 만들어진 그물로 전어 무리를 발견하면 그물의 선수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한 바퀴 둘러싸고 난 후 작은 배로 노를 저어 전어 떼에 접근, 어로장의 장단에 맞춰 방망이로 배를 두들기고 돌이나 장대로 위협해 그물코에 꽂혀 잡는다.

가을철 횟감으로는 뭐니뭐니해도 전어라 할 수 있는데 전어의 맛은 노랗게 기름이 올라 있는 것을 비늘도 긁지 않고, 굵은 소금을 뿌려 한 시간 정도 놔뒀다가 아궁이 불에 석쇠 얹고 구워 놓으면 기름 냄새가 진동한 전어를 통째로 저녁밥과 함께 손에 들고 김치에 싸서 대가리부터 창자, 꼬리 할 것 없이 모조리 뼈 채 씹어 먹는 맛이야말로 맛 중의 맛이다. 전어구이 맛이 얼마나 좋았기에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 돌아온다'고 했겠는가.
김재봉 영광해양수산사무소 기술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