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농업인과 아름다운 동행 그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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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광21
  • 승인 2022.05.1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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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그린배 영농조합법인

 

드넓은 과원이 하얗게 물들었다. 밤새 함박눈이라도 쏟아진 것 같다. 
5만여㎡에 줄을 맞춰 선 배나무가 새하얀 꽃망울을 터트렸다. 순수하면서도 청초하다. 한 줄기 봄바람이 스칠 때마다 꽃비가 쏟아진다. 꽃 멀미가 날 정도다.  
‘공중에 날릴 땐 떨어지는 눈 같고, 땅에 나부낄 땐 치닫는 물결 같네’라고 노래한 고려의 문신 목은 이색도 아마 오늘 같은 풍광에 반했으리라….
카페 ‘#밭뷰’에서 바라보는 <아름답게그린배> 농장의 모습이다. 요즘 핫플레이스로 뜨는 곳이다. 
‘주말이면 한적한 시골길이 차로 막힐 지경’이라는 SNS 글귀에 ‘좋아요’가 절로 눌러진다. 백수해안도로 길목, 군서면 만곡마을에 있다. 청년기업 ‘아름답게그린배 영농조합법인’이 운영한다.

물 한 방울 섞지 않은 과채주스
<아름답게그린배>는 전남의 지역공헌형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전남도교육청의 현장중심 실습 선도기업이자 농공상 융합기업이기도 하다. 전남을 대표하는 6차산업 기업 중 한 곳으로 이름이 높다. 전국농촌융복합산업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배 농사에서부터 가공,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아름답게그린배>의 매력은 생산제품에도 깃들어 있다. 일명 ‘즙’으로 통하는 과채주스(과일즙이나 채소즙이 95%이상 함유된 음료)다. 아이들을 위한 도라지배즙·홍삼배즙·아로니아배즙, 어른을 위한 홍도라지배즙·사과즙·양배추즙·호박즙·ABC주스 등 10여 가지를 생산한다. 모두 식품안전국제표준(ISO22000)과 전남도지사 품질인증 제품이다. 아이 전문브랜드 ‘꼬샤꼬샤’와 어른 전문브랜드 ‘브롤로’라는 이름으로 선보이고 있다. 유명 홈쇼핑에서 선보일 때마다 완판을 기록했던 바로 그 제품이다. 
꼬샤꼬샤와 브롤로는 식품안전관리기준(HACCP) 인증 시설에서 물 한방울 섞지 않은 ‘NFC저온착즙’ 공법으로 짠다. 중탕이나 농축을 하지 않는다. 설탕, 올리고당 등 인위적인 당류나 합성첨가물도 넣지 않는다. 원물만을 압축하는 방법이다. 농산물 본연의 깊은 풍미와 영양이 살아 있는 연유다. 신선함을 오래 유지하기 위한 4중 알루미늄 파우치로 포장한 것도 마음에 든다. 국내 유명 쇼핑몰과 <아름답게그린배> 누리집에서 만날 수 있다.

 


“우리 가족이 마신다는 생각으로 정성을 다합니다. 실제 꼬샤꼬샤 배즙은 우리 쌍둥이가, 브롤로 양배추즙은 아내가 가장 많이 마십니다” 김영순 대표의 말이다. 
꼬샤꼬샤와 브롤로의 바탕이 되는 배는 과육이 단단하고 아삭한 식감을 자랑한다. 칠산바다에서 불어오는 미네랄이 풍부한 해풍을 맞고 자라 당도도 높다. 풀을 가꿔 지표면을 보호하고 배의 성장을 돕는 초생재배와 자체 개발한 미생물 농사법 덕분이다. 10년 넘게 백화점에 납품한 이유이기도 하다.
양배추·사과·아로니아·도라지 등은 지역주민과 계약재배 한다. 농업과 기업 간 상생협력 연계사업의 모범사례로 뽑혀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카페 ‘#밭뷰’에서 김 대표와 마주 앉았다. 가공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귀농 2년째 되던 2010년 가을이었어요. 태풍 ‘곤파스’가 과원을 휩쓸어 수확을 앞둔 배 70%가 떨어졌어요. 쑥대밭이 되었죠. 배를 팔아 1년을 먹고 살던 당시만 해도 낙과피해는 청천벽력이었습니다. 원물로는 한계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공하기로 마음먹었죠.”
 

 

전국농촌융복합산업 대회 최우수상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했다. 놓았던 책을 다시 잡았다. 대학원에도 진학해 주경야독했다.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 성분이 어린 배에 3배 이상 많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안 것도 이때였다. 이를 바탕으로 ‘어린 배를 이용한 배즙 제조방법’ 특허도 출원했다. 
특허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한 시제품을 선보였다. 호평 일색이었다. 가능성을 확인한 그는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 2014년이었다.
배즙을 구매하는 대부분의 소비자가 어린자녀를 둔 부모였다. 아이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기교부리지 않고 정직하게 만들었다. 판매는 온라인에 집중했다. 온라인에 익숙한 젊은 엄마란 점을 십분 활용했다. 부모들의 입소문이 더해져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학교급식과 홈쇼핑 등 다양한 판로도 개척해갔다. 이듬해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HIT500’에 선정됐다. 수출도 시작하며 승승장구했다.
배즙이 일정 궤도에 오르자 지역 농특산물을 활용한 가공분야로 영역을 넓혀갔다. 지역 농민들과 상생협력하겠다는 뜻도 담았다. 양배추를 시작으로 새싹보리, 아로니아로 계약재배 품목을 넓혀갔다. 
농촌융·복합산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농업인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체험프로그램도 진행해 전국농촌융·복합산업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역농민과 상생이 목표입니다.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사회 환원을 통해 함께 사는 도농상생기업으로 더불어 사는 사회 실현에도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습니다.” 
김 대표의 포부다. 아름답게그린배가 그려나갈 세상이 궁금하다.
migreenpear.com ☎ 070-4203-7161
/ 전남새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