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
“어떤 일을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
  • 박은정
  • 승인 2005.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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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을 일구는 여성 / 박은자 / 목욕관리사
고된 일을 하고 난 후 몸이 무겁거나 일상에서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찾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대중목욕탕이다. 이곳을 지키고 있는 목욕관리사 박은자(49)씨. 벌거숭이로 만나던 그를 옷을 입고 만나니 새롭고 반갑다.

물이 ‘웰빙’의 핵심 고리가 되면서 ‘좋은 물’을 마시고, 쓰고, 바르고 또 이 같은 물을 이용한 반신욕 족욕 등 각종 목욕법이 각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탄생된 직업인 목욕관리사의 인기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백수 하사리 평산마을에서 염전을 하던 박 씨는 간경화로 남편이 사망한 후에도 2여년 동안 염전을 혼자 운영했다. 그후 염전을 정리하고 식당 등지에서 일을 하던 그는 우연히 목욕관리사에 관심을 갖게 됐고 서울에서 학원을 다니며 이론과 실습을 익혀 나갔다.

지압 얼굴맛사지 경락 등 기본적인 몸 관리법을 익힌 그는 서울에서도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지만 다시 고향을 찾아와 모 사우나에서 5년 동안 목욕관리사 일을 하고 있다.

박 씨는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으나 목욕탕에서 때를 밀어주는 직업이 생겼고 과거에는 체계화된 교육을 받지 않고 어깨 너머로 배워 대부분 일을 했었다”며 “하지만 요즘은 정식교육기관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해야하고 예전에는 인격적 대우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남에게도 밝힐 수 없는 부끄러운 직업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했지만 지금은 고수입 전문직업인으로 보건향상에 기여하고 있다”고 일에 대한 자부와 긍지를 밝혔다.

슬하에 아들 셋을 두고 있는 그는 새벽 6시부터 밤 12시까지 사우나에서 생활하며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큰아들은 결혼해 손주도 안겨주었고 둘째와 셋째도 모두 직장을 다니며 자기 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어 이젠 큰 걱정이 없다”는 박 씨.

그는 “남편을 먼저 보내고 막막하고 어렵던 시절 이웃과 친구들이 베풀어준 관심과 배려 덕분에 당당하게 홀로서기를 감당할 수 있었다”며 주변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박 씨는 사우나를 찾아오는 단골손님이나 특히 노약자들에게 목욕관리를 무료로 해주며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몸으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봉사를 주변에 전하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선머슴 같아 보이는 박 씨. 하지만 그는 자신을 철저히 관리하는 냉철함과 주변을 살피는 꼼꼼함 그리고 사회를 바르게 보는 따뜻함을 가득히 지닌 여장부로 이웃을 곱게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