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고향이 이젠 제 고향입니다”
“남편 고향이 이젠 제 고향입니다”
  • 박은정
  • 승인 2005.10.13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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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을 일구는 여성 / 임은순 / 낙월면 안마도
바닷가 짠 내음 그리고 그곳을 지키는 섬사람들. 육지와 떨어져 생활하는 그들의 알토란 같은 삶은 가을하늘과 맞닿은 수평선처럼 끝없이 펼쳐지고 있다.

낙월면 안마도 영외리에서 조그마한 민박집을 운영하는 임은순(42)씨. 얼핏보기에 연약하고 가녀려 보이는 그지만 보기보다는 주어진 삶을 당차게 챙겨나가는 똑순이 아줌마로 주위에서 인정받고 있다. 그는 올 1월부터 마을 이장을 맡고 있다.

충남 강경이 고향인 임 씨는 “지금으로부터 20여년전 직장생활을 하던 중 우연히 남편을 펜팔로 알게 됐고 남편을 만나러 섬으로 들어왔다 폭풍우를 만나 섬에 머무른 것이 남편과 인연을 맺게된 계기가 돼 버렸다”며 처음 남편을 만나게 된 사연을 밝힌 그는 “4남2녀중 막내인 남편은 부모님과 어업을 하고 있었고 결혼해 부모를 모시며 섬 생활을 시작, 큰 어려움 없이 적응해 나갔다”며 지나온 시절을 돌이켰다.

이렇게 무작정 뛰어들어 섬 생활을 하던 그는 어장과 배 사업을 하던 남편의 사업이 기울며 생활이 어려워지자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인부들이나 관광객들을 상대로 식당과 민박을 겸한 가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남편 또한 섬 안에 있는 내연발전소에 취직해 직장생활을 하며 조금씩 살림을 일으켜 세워나갔다. 현재 대학교 2학년, 고 3, 고 1, 중 1인 임 씨의 1남3녀의 자녀 또한 주위에 모범이 되며 모두 바르게 자라고 있다.

오랜 세월 그를 바라본 주민들은 “이장은 젊지만 마을 어른들을 잘 공경하고 주민화합에 앞장서며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책임감이 투철한 사람이다”며 “육지에서 시집와 여태껏 살면서도 큰 불평없이 열심히 사는 모습은 섬사람들에게 또 다른 교훈을 남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 씨는 올 2월 크나큰 아픔을 치렀다. 그것은 섬을 만나고 섬 아줌마가 되기까지 가장 큰 버팀목이었던 남편이 지병인 간경화로 세상을 먼저 떠난 것. “남편을 먼저 보내고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말로 모두 표현할 수는 없지만 남겨진 아이들과 책임져야 할 삶이 슬퍼할 시간도 외로워할 틈도 전혀 허락하지를 않네요”라며 애써 씩씩해 보이려는 임 씨의 모습에서 안타까움이 전해졌다.

“섬에서 조금만 부지런하면 아이들 뒷바라지하고 생활하는데는 큰 걱정이 없고 남편없이 육지에 사느니 일가 친척들의 도움을 받고 의지할 수 있는 이곳에 그냥 머물기로 했다”라며 섬사람으로 남을 것을 밝힌 임 씨는 주민은 물론이고 섬을 찾아오는 모든 이들과 따뜻한 정을 나누며 남편의 고향인 이곳 안마도를 먼저 간 남편의 몫까지 품에 안으며 사랑할 뜻을 전했다.